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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사)한국인간관계연구소 대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주목 받은 바 있는 ‘폴란드에 간 아이들’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중에 북한의 고아 2천여 명이 폴란드에 간 전쟁 고아들의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 깊은 울림을 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북한은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러시아와 체코 등 동유럽 동맹국들에 수천 명의 전쟁 고아들이 보내졌는데 이 영화는 8년간 폴란드에 머물다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1천500여 명의 북한 고아들을 조명했다고 한다.

 메가폰을 잡은 연기자 출신의 감독은 자신이 산후 우울증을 앓던 중에 꽃제비의 실상을 보고 북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얼마 뒤 폴란드로 보내진 고아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감독 자신이 이런 아이들의 흔적을 찾던 중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을 부모의 사랑으로 품고, 여전히 이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폴란드 선생님들을 만나서 서로를 그리워하는 인간애를 그린 영화이다.

 이와는 다른 최근에 "유엔 ‘한국 인종차별 심각···국가적 위기될 수도’ 우려"라는 언론보도 내용이 눈길을 끈다. 내용은 최근에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의 인종차별 철폐협약 이행에 관해 2012년 이후 6년 만에 심의했다는 것이다.

 인종차별 철폐협약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을 담아 1966년 UN총회 결의로 선포됐으며, 우리나라는 1978년 이 조약에 비준했다.

 협약은 "인종, 피부색 또는 종족의 기원을 근거로 한 인간의 차별은 국가 간의 우호적이고 평화적인 관계에 대한 장애물이며 국민 간의 평화와 안전을 그리고 심지어 동일한 단일 국가 내에서 나란히 살고 있는 인간들의 조화마저 저해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심의에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과 법무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이 참석해 설득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언론과 정치인들 그리고 일부 보수 종교단체의 인종차별적 선동, 이주민을 배제하는 의료보장제도, 결혼이주여성의 출산 도구화 등 한국의 인종차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왠지 인간은 참 이기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음은 나만의 생각일까?

 최근 우리나라를 찾은 어느 나라 난민 문제가 부각됐다. 이들의 입국을 저지해야 한다는 측에서 쏟아내는 언어는 이웃나라의 혐한 농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웃나라 정치인과 일부 인사들의 비인간적 행위를 비난하면서 왜 우리는 이래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없는 것 같다. 인본주의를 망각한 종교인들의 발언은 이미 종교집단이 아닌 것이요, 인본주의를 염두에 두지 못하는 정치인의 국수적 발언은 정치꾼의 술수일 뿐이다. 이런 집단을 옹호하는 언론은 정필보도라는 언론정의를 외면하는 기업주의 언론일 뿐이다. 이웃나라 정치꾼들은 그 나라 국민들의 과거 지배적 환상을 이용해 정치에 이용하는 협잡꾼이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

 인류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었던 2차 대전의 발단은 이런 국수주의적 언론과 정치 집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웃나라의 정치집단은 인본주의를 배제한 국수주의 형태에 점차 빠져 들어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들의 행위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갈등을 가르치는 행위인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그렇고 일본의 독도문제 등 역사 왜곡이 이 문제의 근원이다.

 미래 사회는 국경이 낮아져서 서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것이다. 제발 우리나라와 국경을 가까이 맞대고 있는 나라들의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들의 바른 의식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우선 인본주의적 철학을 지키는 바른 의식을 가져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폴란드에 간 한국전쟁 고아들의 문제가 북한 고아들만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외국으로 떠난 우리나라 고아들도 많다.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70년도 안 된 우리의 현실이었다는 생각을 가져 주기 바란다. 유럽 분쟁 중에 종교가 다르다고 이교도에게는 음식물 지원도 안 된다고 길거리에 누워 유엔 식량지원 차량의 진입을 막던 종교집단의 탐욕스러운 사진이 생각난다. 머지않은 과거의 슬픈 우리 역사를 조명하면서 인류가 더불어 사는 상상이 어려운 현실을 탓해 본다.

 이 시대에 자기 이기적인 국수주의적 언행은 삼가기 바란다. 그렇다고 민족주의 생존 의식을 버리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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