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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학아세(曲學阿世) 유죄

원현린 주필(主筆)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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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현린 주필(主筆)
제(齊)나라 사람 원고생(轅固生)은 정직하고 청렴했다. 나이가 들어 벼슬길에서 물러난 원고생을 황제가 다시 불렀다. 아첨하는 유학자들이 그를 헐뜯었다. 원고생이 초빙될 때 설(薛)사람 공손홍(公孫弘)도 초빙되었는데, 그는 원고생을 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옆으로 보았다. 원고생은 공손홍에게 "공손홍이여! 그대는 바른 학문에 힘쓰고 왜곡된 학문으로 세상에 아첨해서는 안되네(公孫子 務正學以言 無曲學以阿世)"라고 충고했다.

 우리가 주지하고 있는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처럼 배운 것을 올바르게 펴지 못한 채 왜곡하고 아부해가며 출세하려는 것을 곡학아세라 한다.

 작금의 이른바 ‘사법농단’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검찰의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영장 청구와 법원의 기각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을 목도하고 있자니 점입가경이다. 사법농단이 있었느니 없었느니 하며 추태를 드러내고 있는 사법부다. 만신창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전직 두 대법관에 대한 영장발부 여부는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방탄판사(防彈判事), 방탄법원(防彈法院)이라는 신조어까지 생산해가며 영장 기각으로 끝났다. 검찰은 재청구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영장 재청구와 기각이 문제가 아니다. 법원과 검찰 모두가 거듭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해가 바뀌고 새로운 시간이 도래한다 해도 별반 의미가 없다. 전직 대법관들이 구치소에서 대기하는 참담한 모습에서 땅에 떨어진 우리 사법의 현주소가 보인다.

 나는 일찍이 사법파동이나 법관의 과오가 드러나면 그때마다 ‘법복의 무게’, ‘법관과 재판’이라는 등의 제하에 "법복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법복의 무게를 알라"하며 사이비 법조인을 향해 일갈하곤 했다. 나의 눈에는 오늘날 법관들이 입고 있는 법복에서 그 너무 가벼움이 보인다. 법복은 법복의 무게를 느낄 줄 아는 법관의 것이어야 한다.

 최근 일부 판사들은 법관대표회의라 하여 법관회의를 소집하고 동료 법관을 탄핵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반이 찬성을 표명했다. 법관회의를 탄핵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말할 것도 없이 어느 계층을 막론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 고쳐야 한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이 그것이다. 우리는 전지전능한 신(神)을 법관으로 임명할 수 없기에 일정한 법률지식을 갖춘 법관으로 하여금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시비곡직(是非曲直)과 선악(善惡)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기구, 사법부(司法府)를 두고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있을 수 있는 오판을 최소화 하기 위해 삼심제도(三審制度)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인권과 권리보호에 완벽을 기하기 위함이다.

 중세 서양에서 신판(神判)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터무니 없는 재판은 문명시대에는 있을 수 없다. 사법부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법이 부여한 법관으로서의 권한을 마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인 양 휘두르며 전횡을 일삼다가 법관 전체의 명예를 더럽히곤 하는 함량미달의 법관이 여전히 존재한다. 깜냥이 안되는 법관들이 법복을 입고 있는 한 3심제도를 넘어 4심, 5심 제도를 두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지식인은 곡학아세하지 않는다. 주위의 지나치는 편경에 혹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정의(正義)의 잣대로 행동의 준칙을 삼는다.

 맹자(孟子)의 ‘부동심(不動心)’과 ‘대장부론(大丈夫論)’ 앞에서 자유로운 자 그 몇이나 될까. 법관은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신분이다. 이러한 신분이기에 의심받는 것만으로도 유죄다.

 법질서가 무너지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 멀어져 간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은 역사의 명령이다.

 갈기갈기 찢기어 헤진 법복에서 재판의 신뢰가 나올 리 만무하다.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사법부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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