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나의 닻이다 
염무웅 / 창비 /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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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 작고 50주기를 추모하며 후배 문인들의 헌정 산문집 「시는 나의 닻이다」가 출간됐다.

 백낙청·염무웅·이어령·김병익·황석영·김정환·임우기·나희덕·최정례·함성호·노혜경·김상환·김종엽·권여선·김해자·심보선·송경동·김동규·하재연·송종원·신철규 등 원로·중견 문인부터 젊은 작가, 평론가, 학자 등 21명이 김수영을 만나고 사유했던 순간들을 이 책에 담았다.

 백낙청·염무웅 두 문학평론가는 김수영 시인과 얽힌 그 시절의 추억을 꺼냈다.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며 시인과 오래도록 술잔을 기울였던 어느 겨울밤이나 잡지 출간기념회에서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던 시인의 형형한 모습 등을 회상했다.

 또 문학사에서 김수영이 차지하는 위상과 그 의미를 짚어 보고, 제대로 된 ‘김수영 읽기’의 방법까지 모색했다. 당대에 김수영 시인과 벌였던 ‘순수·참여 논쟁’으로 잘 알려진 이어령의 ‘맨발의 시학 그리고 짝짝이 신’에 대한 은유들도 있다. ‘오랜만에 향을 피우는 마음’이었다는 그는 ‘맨발의 시학’이라는 명명으로 김수영의 시론을 재정립하고자 했다.

 문화부 신참 기자로서 김수영을 인터뷰했던 당시를 실감나게 회고한 김병익의 ‘김수영 기사에 대한 후기’도 있다. 그는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에 김수영을 담았던 자신의 기사와 글을 한데 모으고 세월의 먼지를 닦아 기억을 들여다본다. "생전의 그의 열기에 젖은 목소리를 회상하는 세월의 거리는 반세기를 넘은 것이고, 그 시간은 그의 48년 생애보다 먼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번 산문이 ‘김수영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 그를 보는 나 자신의 회상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뒀다.

 또 김수영의 삶을 통해 자신의 곡절 많은 일생과 우리의 현대를 반추해 보는 황석영의 ‘김수영이라는 현대식 교량’과 김수영의 시집을 선물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첫사랑의 기억을 담담하게 회상하는 노혜경의 ‘불타버린 시집의 기억’, 김수영의 문학으로 시적 언어의 돌파를 가늠했던 시절을 회고하는 심보선의 ‘다 김수영 때문이다’, 유신과 광주의 시대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자력을 느끼며 읽었던 김수영을 고백하는 김종엽의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김수영의 문학이 내재한 자유와 사랑과 절망을 예로 정직한 목소리로 사는 현재를 고민하는 송종원의 ‘역사(歷史) 안에서 정직하게 시 쓰기’, ‘김수영 시전집’을 동력 삼아 인생과 시의 자리를 탐색해 왔다는 신철규의 ‘아직 도래하지 않은 내일의 시’ 등 김수영을 구심점으로 하는 귀중하고 흥미로운 산문들이 이어진다.

개복치의 비밀 
사와이 에쓰로 / 이김 /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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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치라는 물고기를 아는가. 개복치는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고등어, 도미 등 보통 생선의 몸통 뒤쪽 절반이 뎅강 잘려나간 것처럼 생긴 물고기다. 그 독특한 생김새 덕분에 인기가 많아서 만화나 게임 같은 대중매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개복치는 인기는 많지만 비밀이 많은 물고기다. 생김새는 왜 그럴까, 정말 툭하면 죽을까, 3억 개의 알을 낳지만 정말 두 마리만 살아남을까 등 이 이야기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개복치에 대해 제대로 알려 주는 얇고도 자세한 책 「개복치의 비밀」을 보면 된다.

 저자 사와이 에쓰로 박사는 개복치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박사까지 돼 버린 연구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개복치라는 물고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만난 개복치 모양 게임 캐릭터에 빠진 다음부터는 개복치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개복치 박사가 돼 있었단다.

 저자는 개복치에 대한 모든 것, 그러니까 학문의 대상으로서의 개복치뿐 아니라 옛 기록, 민간 전승 등 개복치에 대한 것이라면 모두 사랑하는 진정한 개복치 덕후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개복치의 비밀을 파헤친다. 1장의 해부학, 2장의 분류학, 4·5장의 생태학, 5·6장의 문화인류학까지 개복치에 대한 것이라면 모두 알 수 있다.

사랑의 잔상들
장혜령 / 문학동네 /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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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의 잔상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문장을 쌓아 온 작가 장혜령의 첫 에세이다.

 이 책은 여행하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비밀을 가진 사람, 칼을 놓는 사람, 이별하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 사랑 이후의 사람 등 총 일곱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산티아고와 프라하, 몰리노 등 익숙하고 또 낯선 지명들, 보르헤스와 배수아, 이원, 존 차, 카슨 매컬러스의 책과 앤드루 와이어스, 베이컨과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 낸 골딘과 마이클 애커먼의 사진, 레오 카락스와 장뤼크 고다르,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가 더불어 등장한다.

 이처럼 예술가들이 생산해 낸 작품은 저자의 시선과 만나는 순간, 이해가 필요한 텍스트가 아닌 작가 자신의 몸과 문장으로 통과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이미지로 인화된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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