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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인 부천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위
‘애완동물’이란 단어는 최근 듣기가 어려워졌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을 ‘반려동물’로 지칭하며, 이제는 밥이나 주고 재롱 떠는 즐거움을 갖게 하는 동물이 아닌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 대하며 인생의 반려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기존 가구들과 더불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로 지위가 격상된 동물들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항상 함께하지는 못한다. 반려동물들은 주인이 직장에 나가거나 외출 시에 함께하지 못하기에 필요불가결하게 집에 홀로 남아 있는 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그 해소를 위해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욕구를 표출하려 한다. 생각지도 않은 이때, 화재가 발생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고양이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고양이가 불을 피워 화재를 내나?’라는 유머스러운 생각도 들게 되는데, 원인은 바로 전기레인지에서 발생되는 화재이다. 먼저 화재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기레인지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전기레인지는 크게 핫플레이트, 하이라이트, 인덕션, 하이브리드 등 4종류로 나뉜다. 전원 동작 방식은 모두 대동소이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태블릿PC와 같이 전원 버튼을 터치하면 작동하는 정전용량 방식이 대부분이다. 핫플레이트와 하이라이트는 직접 가열 방식이다. 핫플레이트는 열판으로 이뤄져 있으며, 하이라이트는 상부가 세라믹으로 돼 있어 깔끔하고 히터가 동작할 때 빨간색으로 식별되고 발열돼 어떤 재질의 조리기구를 사용해도 열이 전도돼 조리를 쉽게 할 수 있다. 조리 후 전원을 차단해도 상부 세라믹 부분에 잔열이 남아 화상을 당할 수 있어 주의가 요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인덕션은 전자기유도 방식으로 저항을 이용해 발열되는 방식으로 히터가 내장돼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 전기레인지와 큰 차이가 있다. 인덕션은 자기장이 형성돼야 하고 자기장이 철에 전달돼 저항과 와전류가 형성돼야만 발열한다. 따라서 자성이 없는 조리기구는 인덕션에서 사용할 수가 없다. 즉 자석에 붙는 조리기구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형태다. 하이브리드형은 이 두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을 혼용한 형태라고 보면 쉽다.

 전기레인지가 설치된 가구에 반려동물이 혼자 집 안에 있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전기레인지 동작 스위치를 터치했을 때의 발열이 문제가 된다. 인덕션과 같은 경우는 자성이 있는 물체가 접촉돼 있을 때 지속적인 가열이 되며 주변 가연물이 변형 또는 녹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자성이 없는 일반 가연물이 접촉된다 해도 발열반응이 없다.

 그러나 하이라이트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하이라이트 위로 가연물이 떨어진다면 쉽게 연소해 화재로 발전된다. 일부 언론이나 화재조사관들이 잘못 쓰는 용어 중 하나가 이것이다. 대부분 인덕션 화재로 지칭하지만 발열형태나 히터 유무를 확인해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

 전기레인지를 설치하고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는 이 글을 읽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외출 시 불편하더라도 전원코드를 뽑아놓고 주변에 가연물을 치우는 등의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제조사는 전기레인지 덮개 또는 메인 스위치를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도입, 제작해 사람의 의도에 반해 동작하지 않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화재와 관련해서 지겹도록 듣는 얘기는 언제, 어디서, 어떤 연유로 발생할지 모른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나온 건 다 이유 있다. 반려동물로 인한 화재를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항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안전을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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