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지난 6일 찾은 연천군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 30여 명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퍼져 나왔다.

 이들은 군에 거주하고 있는 60∼80대 노인들로, 즐거운 음악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배우고 있었다. 고령의 나이에 쉽게 율동을 따라 하기는 어렵지만 팔을 수차례 접었다 폈다 하거나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유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노인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군 노인복지관이 주관하는 ‘실버브레인스쿨’의 한 과정으로, 간단한 노래와 율동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 뇌파 측정, 그림카드를 이용한 프로그램, 상담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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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피어리 체험.
# 급속한 노령화의 지역, 연천군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연천은 휴전선 32㎞에 위치한 접경지역으로, 특성상 개발이 도내에서 가장 더디게 이뤄지는 곳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젊은 층의 이탈이 나날이 이어지면서 노인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물론 도내 노인 자살률 및 우울감 역시 가장 높은 초고령화 지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연천군의 65세 이상 인구는 1만162명으로, 전체 인구 4만5천55명의 22.1%를 차지, 초고령사회 지역이면서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에서도 노인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군의 노인 자살은 전체 발생 건의 66.7%를 차지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홀몸노인의 증가와 우울증, 치매 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인지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기 집중 지원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군 노인복지관은 실버브레인스쿨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경기복지재단의 지역복지모델 발굴 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을 진행, 만성질환과 우울증, 치매 등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 실버브레인스쿨의 다양한 인지능력 회복사업

 실버브레인스쿨 사업에서는 노인들의 인지기능 저하를 막고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뇌를 깨우는 인지치료’, ‘뇌를 웃게 하는 음악치료’, ‘뇌를 젊게 하는 미술치료’, ‘뇌에 활기를 주는 운동치료’, ‘두근두근 치매예방강좌’ 등이 각 8회에 걸쳐 진행되면서 노인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은 한국브레인코칭연구소 강사들의 주도로 음악치료와 뇌파로 자동차 움직이게 하기 등이 진행됐다. 노인들이 선호하는 트로트와 전통민요 등을 함께 부르면서 간단한 율동을 학습하거나 노래가사를 외우는 시간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기억력을 끌어올리는 내용이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노인들은 강사의 지도에 맞춰 율동을 하나하나 외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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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진행된 프로그램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임을 감안해 당시 참전했던 세계 각국의 국기와 국가명을 연계하는 내용이었다. 국기와 국가명을 소개한 뒤 국기를 통해 국가명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통해 노인들의 단기기억력을 자극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림카드 시간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이 직접 그림카드를 보면서 선호하는 사물이나 동물을 선택하고, 선택하게 된 배경을 직접 스토리텔링하는 순서가 이어졌다.

 해바라기 그림을 선택한 한 노인은 "해바라기가 해만 바라보는 것처럼 저는 평생을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았던 것 같아서 해바라기를 골랐다"며 애틋한 자식사랑을 설명했다. 거북이 그림을 고른 노인은 "토끼와 거북이에서 보면 거북이가 참 느긋한 것 같아서 골랐다. 이제 우리도 거북이처럼 느긋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라며 여생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했다.

# 뇌파 측정을 통한 상담

 실버브레인스쿨에 참여한 노인들에게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뇌파 측정을 통한 상담도 이뤄졌다. 뇌기능 검사를 통해 노인들의 현 상태를 체크하고,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개별 상담이 진행됐다.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앞선 시간에 뇌파 측정에 참여했던 노인들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평소 생활 속에서 강조하거나 개선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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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카드 체험.<연천군 제공>
 노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뇌파를 이용해 자동차 모형을 움직이는 실험이었다. 노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레일에 놓여 있는 자동차 모형을 움직여 보겠다는 집중력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이날 하루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한층 표정이 밝아졌다.

 군 노인복지관의 한누리 사회복지사는 "실버브레인스쿨 사업은 군 전체 홀몸노인 실태조사와 연계해 고위험 우울 및 인지저하기능 저하 노인과 복지 사각지대의 치매 초기 노인을 찾아 치매 예방과 발생률을 감소하는 데 목적을 두는 사업"이라며 "올해 사업 선정 및 발굴한 것을 계기로 2020년 민관 협력체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후 집중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학술연구를 진행해 지역 치매관리 맵(MAP)을 정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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