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행정학박사.jpg
▲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탓인지 선배에게 말실수를 한 다음 날, 어김없이 내가 왜 그랬을까? 라며 후회하곤 한 적이 꽤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도대체 ‘나란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듭니다. 제정신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들이 저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올라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요?

 「현자들의 철학우화」라는 책에 흥미로운 우화가 나옵니다.

 물을 휘발유로 개조시키려는 연구로 평생을 바친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마지막 단계에서 한 가지 새로운 물질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도 그 물질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티베트의 깊은 산골에 모든 이치에 통달한 스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이라면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를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를 만나려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만 합니다. 첫째, 홀로 여행해야 하며, 둘째, 걸어서 가야만 하고, 셋째, 오직 한 가지 질문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과학자는 몇 달간의 고생 끝에 드디어 스승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스승을 보는 순간 기절할 뻔했습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스승이 노인이라고 짐작했지만,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너무도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었습니다. 여인은 드디어 미소를 머금은 채 말문을 엽니다.

 "여행자여,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이제 당신이 알고 싶은 것 단 한 가지만 물어보세요."

 과학자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결혼하셨나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우화입니다. 물을 휘발유로 바꾸는 연구에 평생 동안 온몸을 불사른 과학자!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질만 발견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알 수도 있는 스승을 만났지만, 스승의 아름다움에 취해 본질을 잊고 말았습니다.

 저 과학자가 또 다른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친구를 만나러 길을 가다가 어깨가 부딪쳤다는 이유로 다툼이 일어나 결국 친구를 만나지 못한 ‘나’, 아이들 교육문제로 생각을 달리하던 부부가 모처럼 얘기를 나누자며 시작한 대화가 결국은 파장으로 끝나 씩씩거리던 ‘나’, 그렇게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꾼 청년, 그러나 수십 년 후 권력의 시녀로 변해 결국 쇠고랑을 찬 ‘나’, 이 모든 사례 역시 과학자가 저지른 잘못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며 정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본질’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것도 ‘나’이고, 나를 쓰러뜨리는 것도 결국 ‘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마음’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야 그 마음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최고의 적, 최고의 경쟁자는 ‘너’가 아니라 나의 마음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즉 본질을 놓치지 않는 마음이 올바른 행동을 낳고 그 행동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겁니다. 비단 개인만이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기업도 같습니다.

 차동엽 신부의 「무지개 원리」에 일본 외식산업을 주도하는 와타미주식회사의 창업자 와타나베 미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물다섯 나이로 회사를 창업했을 때는 이미 ‘스카이 라쿠’란 외식업체가 1천 개 이상의 점포를 가진 최고의 회사였다고 합니다. 그는 스카이 라쿠를 경쟁업체로 삼아 사업했지만 어려움이 계속되자 그는 생각을 달리했습니다. 경쟁대상을 바꾼 겁니다. 그에게 "와타미의 라이벌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제의 와타미"라고 단언한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훗날 그의 회사가 최고가 된 비결은 경쟁사가 아니라 자신을 라이벌로 삼고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갈구했다는 점입니다.

 행복의 비밀은 ‘나’에게 숨겨져 있습니다. 그 비밀이 내게 있으므로 누구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내가 찾기만 하면 되니까요.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