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자성어 중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히고 나아가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분, 초 단위로 새로운 지식이 늘어나는 오늘날, 여전히 역사교육이 중요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천시 영북면에 역사 바로 세우기에 헌신한 교사가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북부노인지도자대학 박동규 학장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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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을 교직에 몸담았고 한자에 조예가 깊은 박동규 학장은 교과서, 백과사전 등에 등재된 기미독립선언서 전문과 탑골공원의 3.1 독립 선언서비에 다수의 한자 오자를 발견, 정정을 위해 노력했다.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공동명의로 발표된 기미독립선언서는 우리나라의 독립 의지와 그 당위성을 세계만방에 알린 것으로 유명하다. 역사적 가치로 인해 여러 책과 기념공원 등에 글 또는 비문의 형태로 일반 공개돼 있으나 원문과 달리 다수의 오자가 있었다.

박 학장은 각종 책과 비석에 기재된 선언문을 천안 독립기념관에 소장된 기미독립선언서 원문과 한 자 한 자 대조해 직접 필사를 하고 정정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담당자를 수차례 만나고 통화하며 정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당장 눈에 띄는 진척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 국민에게 3.1운동 독립선언문 원본 그대로를 접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선언문 정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기를 8년, 그의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어 지난 2015년 탑골공원에 원문과 일치하는 독립선언서 원본 모사본을 세울 수 있었다.

또한 2016년에는 포천 청성공원에 독립선언서 원문 그대로의 기미독립선언비를 세워 시민의 독립정신을 선양하고 애국선열을 추모할 수 있게 했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그의 노력은 학교 교육 분야에서도 계속됐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3.1운동 독립선언문이 여러 곳 잘못 표기돼 있었다. 박 학장은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 학생들에게 틀린 글자가 있는 독립선언문이 전달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주호 장관을 만나 이 사실을 전했다. 그 결과 2013년 국어 교과서의 수정 개정판이 간행됐다.

내년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박 학장의 꿈은 포천에 독립기념관을 세워 독립정신을 계승하게 되는 것이다. 포천의 젊은이들에게 그는 말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선언한 독립을 이어 지켜나가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포천=박덕준 기자 pdj3015@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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