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의 환관은 부패와 간계, 그리고 권력의 하수인으로서 악명이 높다. 물론 환관이 득세한 때의 최고 통치자가 무능하거나 지나치게 편애적인 경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삼국지 무대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촉한 2대 황제 유선이 환관 황호를 감싸면서 벌어진 일. 강유가 직접 어전에서 사자후를 토했다. "황호가 농간을 부려 권세를 휘두르는 것이 후한 영제 시절의 십상시와 똑같습니다. 하루속히 황호를 죽여야 조정이 제대로 서고 중원을 되찾는 일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황제 유선이 웃으며 둘러댔다. "황호는 변변치 못한 신하라 권세를 부린다 해서 무슨 일이 있겠소. ‘애지욕기생 오지욕기사’라 하지 않소. 황호를 용납하오. 내 사과하도록 명하리라." 결국 논어에 나오는 이 구절을 유선은 엉뚱한 데다 붙여서 강유의 충언을 무색케 만들고 말았다.

 요즘 전 기무사령관의 자살과 무리한 수사라는 주장이 있다. 권력에 밉보이면 치욕적 결말이고, 잘 보이면 승승장구하는 것이 고금의 진리인가? 강유와 유선 두 유형의 인물이 오늘날에 존재하지는 않겠으나 세태의 꼬라지는 그대로인 듯싶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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