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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아름다움을 잉태한다

정종민 성균관대 교육학과 겸임교수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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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식물학자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가 고치에서 빠져 나오려는 나방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방은 바늘구멍만한 구멍을 뚫고 그 틈으로 나오기 위해 꼬박 한나절을 애쓰고 있었다. 고치에서 빠져 나온다는 것은 생사가 걸린 중대한 문제였다. 그렇게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밖으로 나온 나방은 공중으로 훨훨 날갯짓하며 날아갔다.

 이렇게 힘들게 애쓰며 나오는 나방을 지켜보던 윌리스는 안쓰럽게 여긴 나머지, 다른 고치 구멍의 옆 부분을 칼로 살짝 그어 나방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방은 쉽게 고치에서 쑥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좁은 구멍으로 안간힘을 쓰며 나온 나방은 영롱한 빛깔의 날개를 갖고 힘차게 날아가는 반면, 쉽게 구멍에서 나온 나방은 무늬나 빛깔이 곱지 않았다. 그리고 몇 차례 힘없는 날갯짓을 하고는 그만 죽고 말았다. 오랜 고통과 시련의 좁은 틈새를 뚫고 나와야만 진정한 나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통(苦痛)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몸이나 마음의 아픔과 괴로움’으로 부정적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고통지수처럼 고통을 객관화, 수치화된 비인간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인간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야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험난한 고통과 시련 속에서 몸부림쳐야 할 때가 있다. 힘겨운 상황이 극에 달할 때는 단 1분조차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 괴로움과 슬픔, 고통을 이기고 나면 우리는 더 늠름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유 없는 고통은 있어도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고통에 절망해 좌절하기보다는 뒤따라오는 아름다움을 기다려야 한다. 보석 중의 보석이며 영원한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한 다이아몬드(diamond)도 엄청난 고통의 과정을 거쳐 탄생된다.

 지구표면으로부터 120∼200㎞ 아래의 깊숙한 지점에서 탄소가 엄청나게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으면 원자구조가 변하게 되는데, 이렇게 생겨난 결정체가 바로 다이아몬드이다. 탄소가 고온과 고압이라는 환경에 둘러싸이지 않으면 탄소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흑연이 된다. 탄소가 보잘 것 없는 흑연이 아닌, 영롱한 다이아몬드로 다시 태어나도록 운명을 결정해주는 것은 바로 고온과 고압이라는 처절한 고통이다. 가장 아름다운 가치는 역설적이게도 끔찍한 고통의 과정을 통해 탄생된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시간을 기다리고 고통을 견디는 일이다. 늘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이지만 살아가다 보면 시간은 흐르고 아팠던 모든 것들이 지나간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 고통의 상처를 아름답게 극복한 이들에게는 왠지 모를 매력이 있다. 그들에게는 자갈밭에 핀 민들레의 향기가 나기도 하고, 높은 절벽 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푸르름과 당당함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들의 미소는 다른 이들에게 평안함을 준다. 마치 나의 아픔을 이미 다 알고 이해하며, 나의 약점을 모두 품어줄 수 있다고 말하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고통의 상처가 없는 사람은 향기도 없다. 향기가 없는 사람과의 만남은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하다.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삶 속에서 바른 생각, 좋은 꿈, 열렬한 사랑은 더 큰 고통이 따르며, 외로움의 순간이 수없이 반복된다.

 그래도 우리는 바르게 생각하고 좋은 꿈을 꾸며 서로 사랑해야 한다. 고통은 아름다움의 시작과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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