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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워라밸이라는 말과 함께 ‘직장이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외치는 새로운 직딩이 나타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이 적당히 벌면서 잘 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로 등장했다.

 2년 전, 바둑 천재 이세돌 9단과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대결을 펼쳐서 세계적인 뉴스가 된 적이 있다. 알파고의 승리에 이세돌도 놀랐고 우리 모두도 놀랐다. 이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데까지 발전한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다방면으로 발전하게 되면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20~30년 안에 지금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의 50% 이상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해서 미래에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상당 부분 점령할 것이다. 이것을 통상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발명과 통신 기술 발달,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통신이 주도했고,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최첨단기술의 융·복합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변화의 내용도 커지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다시 새로운 삶의 조건이 나타나 알파고와 로봇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이것은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상하고 계획하는 창조성이다. 창조성이 담겨 있는 노동을 사람들이 발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모던 타임즈’의 시기에서 볼 때 빈둥거리는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유, 즉 구글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 볼 때 더 많은 휴식과 여유시간에 관한 권리는 노동자들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노동을 바라는 기업이나 사회의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것이다.

 과거시대의 노동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농부의 삶이 끝난 시대 뒤에는 노동자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보여줬던 자본주의 산업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꽉 짜인 하루의 노동 일과표가 끝나고 나면 약간의 휴식이 주어지곤 했다. 그 휴식 시간에는 무엇을 했을까. 이 시기 도무지 쉴 시간이 없는 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대중문화 산업이 출현한다. 예로부터 사는 곳을 기반으로 한 대지 위의 공동체적 놀이 문화는 사라지고 대신 ‘놀아 주는’ 사람을 수동적으로 ‘지켜 보며’,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 문화가 상품이 되는 사회가 되었다. 실제로 놀이와 노동이 결합된 혹은 더 많은 놀이와 여가가 보장되는 노동환경을 만든 선진국의 기업과 사회는 벌써 성큼 우리보다 더 앞서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과 여가의 조화를 말하는 워라밸은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가 요구하는 가치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알파고 시대에 성공적인 워라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일 자체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조직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 하며, 둘째로, 개인생활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이는 젊은 직장인일수록 연애사 등 개인 사생활에 대해서는 공유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거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설문응답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저녁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워라밸의 기본은 정시 퇴근과 그 이후의 생활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워라밸 세대만의 이슈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한국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이다. 이미 국회에서 칼퇴근법과 퇴근 후 카톡금지법이 발의된 상태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안에도 워라밸과 관련된 조항이 포함된다고 하며 또한 국민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가 포함된다고 한다.

 2018년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의 등장으로 기성세대와 워라밸 세대간의 의견 불일치로 혼돈을 야기해 왔지만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그 어떤 세대보다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워라밸 세대를 향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자신만의 세계로 숨기보다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적극 동참해 함께할 때, 조직 내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서 문제점이 있다면 정책 및 제도적 보완으로 세대 간 상호협력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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