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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남습지 전경.

인천의 하천을 마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사람과 가까이 잇대는 친화(親和)의 시도들이 헐거워진 지 10년이다. 기꺼이 할 말은 있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기어이 해야 할 작업들이 있었으나 현실로 스며들지 않았다.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컸다. 그럴수록 하천을 품으려는 안간힘에 대한 목마름은 짙어갔다.

 2018년 늦은 가을, 겨우겨우 하천살리기추진단이 새롭게 꾸려졌다. 갇혔던 얘기들과 막혔던 일들이 분출의 통로를 찾았다. 인천시와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등 민관이 구축한 동반의 틀 속에서 ‘인천하천아카데미’가 지난달 12일 송도컨벤시아에서 하루종일 열렸다. 20일에는 송도 G타워에서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이 주최하고 인천시가 후원하는 ‘하천살리기와 인천시 원도심 활성화’를 주제로 연속 토론회가 개최된다. 하천이라는 한정된 공간적 범주를 뛰어넘어 물이라는 자연과학을 삶으로 승화하려는 담론들이 용출되고 있다. 인천하천살리기 재활성화의 원년인 2019년을 앞둔 논의들은 넓고도 깊다.

# 도시 공유재로서 하천의 복원과 다중적 실천운동(박인옥 인천대 사회경제적연구센터 책임연구원)

 하천 복원은 지자체장의 강한 리더십이나 행정관료의 합리적 판단으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관심,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서로 감동을 받고 감동을 주는 실천적 행위의 산물이다.

 하천이라는 공유지(共有地) 복원운동은 다양한 사회세력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중적 실천운동이다. 가장 빠른 시간에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자치단체장의 강한 의지로 작동하는 물적 형태가 아니다. 환경단체나 하천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하천 주변 주민들의 자발적 실천운동, 언론의 비판적 기능 등 다양한 사회세력 간 행위가 상호 영향을 미치며 형성되는 과정의 산물이다.

▲ 2018 인천물포럼을 찾은 인사들이 한곳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천하천살리기의 미래 방향(김성한 ㈔복원생태학회 부회장)

 물의 지혜 ‘지수(智水)’의 개념을 읽어야 한다. 그동안 하천의 기능을 이수(利水·1960∼)와 치수(治水·1970∼), 환경(2000∼) 등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그러다 보니 수자원과 조경, 상하수도, 도시계획 등 공학적 토대 위에서 축조와 조성, 매설, 가설 등의 목적이 주인 노릇을 했다. 고유성이 무시됐다. 융합적 사고와 교육, 토론문화 등은 거추장스러운 부산물 취급을 받았다.

 ‘지수’는 인문과 철학이 녹아 있는 가치를 말한다. 생태, 환경, 역사, 문화가 담긴 결과물을 궁극의 가치로 둔다. 인천은 고유성을 지닌 갯골과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질적인 고유성을 계승하고 연안문화를 치켜세워 세계적인 물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다.

# 하천활동을 이야기하다(김은령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사무처장)

 2003년부터 양재천 여름학교를 열었다. 초등생을 상대로 생태환경을 체험했다. 매년 120명 정도였다. 겨울방학에는 역시 초등생을 대상으로 철새교실을 열었다. 2006년부터 해마다 40∼160명씩 4일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일반인과 기업체도 생태교실에 참여한다.

 교육이 해를 거듭할수록 양재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1995년 62종이었던 식물은 2006년 214종으로 늘었다. 조류도 10종에서 43종으로 증가했다. 양재천의 관심도 더해갔다.

 양재천 살리기가 새로운 양태로 번졌다. 녹지대 훼손을 낳는 자전거 통행 반대운동이었다. 구의회를 상대로 자전거도로 개설 예산 삭감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도롱뇽의 대체산란지 손바닥 습지 만들기 활동을 벌여 환경부 장관상을 받았다.

▲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 정기학술대회&녹색환경지원센터 20주년 지역환경페어에서 ‘환경과 스마트는 동반자인가?’라는 주제로 논의의 장을 열고 있다.
# 내일을 생각하는 생태적 상상력(박병상 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

 문화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다양성에는 우열이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홀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지역에 따라, 역사에 따라, 환경에 따라, 구성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문화는 연대하기에 빛난다.

 그건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따라, 환경에 따라, 종의 구성에 따라 독특한 생태계를 구성한다. 사막에도 생태계가 있고 호수에도, 논과 밭에도 엄존한다. 생태계 안에서 개성이 어우러지는 생물종 하나하나는 다른 생물종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생명가치의 모든 개성에는 우열이 없다. 자신이 환경에서 가장 진화된 존재로 이해해야 옳다.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살아있고 자급자족의 문화가 상존하고 있을 때 환경의 문제는 있지도 않았다. 하천의 문화도 바로 그러한 것이다.

▲ 2018 인천물포럼 ‘통합물관리시대 인천하천살리기 방향’ 참석자들이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물관리의 미래를 열어라(정연중 전 인천시 환경녹지국장)

 인천은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환경협력체제에 주도적으로 동참하는 덕이다.

 근 10년 전인 2009년 인천은 세계물포럼을 3박 4일 동안 열기도 했다. 당시 국내 최대이자 세계 3대 규모의 학술발표장으로 평가를 받았다. 여기서 인천물선언 채택으로 국제사회에 물시범도시로서의 역할과 이미지를 높였다. 각국의 도시가 세계적인 물 문제에 대해 공동보조와 연계체계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와 미래의 물과 관련된 이슈를 도출하고 그 해결 방안을 깊이 논의해야 한다.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물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인천이 열어 나가야 한다.

▲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승기2교 인근 승기천 초입 전경. <기호일보 DB>
#한강하구의 평화적 이용 방안(박흥열 인천가톨릭환경연대 공동대표)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파주시 단현면 만우리에 이르는 67㎞는 한강하류지역이란 공간적 개념 외에도 특수지역으로 분류된 정치, 법률적 개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남북 대치로 65년간 정상적인 이용과 활용이 불가능했다. 반대로 개발과 평화적 이용의 잠재력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강화도 주변의 연안습지는 347㎢에 이른다. 곡릉천과 임진강 하구 주변의 내륙습지는 9.5㎢에 달한다. 한강하구 갯벌은 전국 연안갯벌의 8.4%인 232㎢이다.

 한강하구는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영토 확장을 위한 격전지였고, 조선말에는 제국주의 침탈의 입구였다. 조강(祖江) 등 한강하구 문화 복원의 적이다. 남북 역사문화 교류사업과 평화배 띄우기 행사 등을 통해 평화적 이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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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인천 승기천 주변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이색적인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하류에서 바라본 물이용부담금 개선 방안(최혜자 인천 물과미래 대표)

 환경부와 한강수계 5개 시도가 팔당호 수질을 2005년까지 1급수로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중 2조177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된 것이 물이용부담금이다. 2015년까지 물이용부담금은 6조1천76억 원이 걷혔다. 당초 목표액의 432%다. 인천은 2015년 한 해 531억 원을 냈다.

 그러나 1급수 달성 목표는 실패했다. 이는 의사결정 구조의 비민주성과 투명하지 못한 방만한 기금 운용에서 비롯됐다. 수돗물 사용자에게 물린 비용으로 상류지역 하수처리장 설치 운영비를 지원(2조6천450억 원)하는 것은 오염원인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 1조1천800억 원을 투입해 상수원지역의 토지를 사들였다. 이는 전체 대상 토지의 3%에 불과하다. 한강수계위원회에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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