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기 맞추기 위해 수시로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경우가 허다한데, 주 52시간 근무 맞추려다가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겠다." 시화공단의 자동차 제조부품 업체 대표 A씨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해 이렇게 푸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에 대한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이 이달 말에 종료되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정부의 단속과 처벌이 시작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대책을 제대로 준비 못한 상당수 기업인들은 범법자 신세가 될 판이다. 특히 도내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많은 삼성, SK 하이닉스, 네이버 등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기에 대책 마련에 더 분주한 상황이다.

 더욱이 도내에는 ‘판교테크노밸리’라는 우리나라 신성장 동력이라고 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특화 창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수백 개의 중견기업과 신성장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보기술(IT) 업종이나 AI(인공지능) 등 업무량을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업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미 휘청이고 있는 기업들은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겠다고 말한다.

 이 상황은 어찌 보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다. 회사 측은 근무량을 줄이고, 인원은 늘리고, 월급은 매년 물가지수만큼 올려주면 된다. 참 쉬운 해결책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제상황이 받쳐 주질 못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역시 도내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조선, 통신장비 등 주력산업의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민간 투자는 반년째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6∼2.7%에 턱걸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설익은 과일을 먹으면 배탈이 나고 영글지 않은 곡식 열 섬이 영근 곡식 한 섬만 하겠느냐." 소설 토지에 나온 글귀처럼, 어설픈 제도 시행보다는 상처난 부위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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