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본격적인 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인천을 비롯해 중국 시안(西安)시, 일본 도쿄도 도시마구는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한바탕 축제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인천시는 시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고 ‘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주빈도시’ 위상을 지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번 순서는 인천이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등을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들어보는 자리다. <편집자 주>

# 노수연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

"인천은 국제도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개항장에서 문물을 받아들인 다양성 도시를 내세우고 있죠. 다양한 국제 교류의 역사가 단발적 파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점에서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아픈 역사를 가진 3국이 무역이나 경제가 아닌 문화예술로 그 한을 푼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문화예술이 응집된, 체계적이고 조직화돼 모이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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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연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인천에서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 인물이다. 시작 단계부터 관여한 노수연 팀장은 인천이 내년에 어떤 주제로 나아가야 하는지 누구보다 고심했다. 그가 얻은 결론은 ‘생활문화축제’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초기 단계에서는 개방성과 역사성, 문화다양성의 3가지를 고민했어요. 인천은 그동안 해양도시나 국제도시, 개항장 쪽으로만 강조된 측면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생활문화축제’를 인천의 핵심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하게 됐습니다."

청주에는 ‘젓가락 축제’가, 대구에는 ‘보자기 축제’가 있다. 청주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모두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공통점과, 젓가락은 혼자가 아닌 둘이서 기대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콘셉트로 젓가락 축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대표 섬유도시인 대구는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의미를 붙여 보자기 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예술이 특정 전문예술인만의 영역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모두의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생활문화축제를 인천의 메인으로 정했습니다. 지금은 문화예술을 누구나 향유하고 창작할 수 있는 시기잖아요. 중국과 일본 역시 창작자와 소비자라는 이분법적 추세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번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모두가 어우러지는 시민의 축제로, 실제 인천이 그런 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인천’ 하면 ‘모든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을 누리는 도시구나’라는 점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인천문화재단은 참여하는 사람들이 내년 축제를 직접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고민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도 생활문화 동아리가 있습니다. 내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인천이 어떤 곳인지를 알리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도 우리가 배우고 교류하는 쌍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생활문화는 민간 영역에서 이미 활성화된 부분이 있기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더욱 돈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 물꼬가 트였을 때 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노수연 팀장은 "축제가 열리면 많은 시민들이 남 일 보듯 그냥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갖고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며 "우리도 많은 이들에게 축제가 알려지고 지속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영태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해외문화홍보사업과 사무관

권영태 해외문화홍보원 사무관은 내년 열리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메인 행사 중 3국이 함께 진행하는 ‘한중일 예술제’를 담당하고 있다.

인천은 내년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주빈도시로서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이 중국과 일본의 도시를 초청하는 형태다.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준비하는 한중일 예술제는 문화장관회의를 계기로 3국의 문화를 교류하는 행사다. 자문회의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고, 공연 프로그램에는 어떤 장르를 무대에 올릴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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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도시마구도 교통의 요지이고, 중국 시안은 문화의 교통 요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천도 바닷길과 공항이 있지요. 3개 도시의 공통점이 바로 ‘길’입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한중일 예술제의 주제로 ‘3국 문화의 길을 입다’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각 도시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를 공유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내년 초께 예술제의 주제를 확정짓고 5~6월께 각국에 전달한 후 8월 말 예정된 본행사에 공연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인천은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그냥 순번대로 돌아가는 행사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번 문화 교류를 통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아울러 인천만이 지닌 특색 있는 도시 이미지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행사기간 중 시민들에게 보여지는 현수막이나 홍보물에 인천을 각인시키는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주빈도시라면 더더욱 준비해야겠죠."

해외문화홍보원은 예술감독을 지정해 한중일 예술제를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들만의 마인드로는 축제를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각계각층 전문가들과 함께 상의해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그램도 구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왕에 국비와 시비가 들어가는 행사라면 인천시는 보다 실질적인 문화 교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인천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도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성공을 위해 함께 인천시와 논의하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 고우 큉지 중국 하얼빈시 인민정부 문화방송국장

"인천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의 특징을 잘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행사를 디테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민족의 특징뿐 아니라 도시의 특징까지 잘 융합해 보여야 합니다. 인문·문화적인 색다름을 보여 줘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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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큉지 하얼빈시 문화방송국장은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 인천만이 가진 특징을 잘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8년 중국의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하얼빈시는 한중일 장관회의를 개최한 주빈도시로서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지난 1월 5일 동아시아 문화도시 3개국 중에서 가장 먼저 개막식을 열면서 테이프를 끊었고, 행사 당시 40여 국가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고우 큉지 국장은 하얼빈시가 동아시아 문화도시라는 축제를 통해 대륙에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다는 것은 명예로운 일입니다. 문화 발전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다양한 문화 교류를 진행하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됐고, 문화 교류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특히 지난 8월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성공적으로 끝마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중국 정부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죠."

고우 큉지 국장은 올해 동아시아 문화도시라는 축제는 끝났지만 이를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큰 숙제라고 말한다.

"유럽에도 문화도시가 있습니다. 대륙별로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국내 도시 간 문화 교류도 중요하고 한중일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그리고 유럽 문화도시와의 교류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문화도시에 대해 홍보와 공유를 이어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합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동아시아 문화도시 프로젝트 전문대회가 열렸는데, 문화도시 네트워크 구축이 논의됐습니다. 하얼빈이 추진하고 부산과 인천도 참가할 것입니다."

하얼빈시의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공식적으로 올해 종료되지만 문화 교류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플랫폼 조성은 물론 청년 교류, 유럽 문화도시와의 교류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한중일 3국이 함께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통일된 로고도 준비 중에 있다. 행사를 더욱 풍성하고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는 끝났지만 더 큰 교류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2019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인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합니다. 하얼빈시도 인천에서 열리는 많은 축제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행사를 통해 문화와 여행, 관광, 패션,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일의 교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이 기사는 기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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