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에서 수능이 끝난 고3 학생 10명이 투숙하다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수능이 처러진 이후 고3 학생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참사를 당한 학생들은 수능 시험 후 학교에서 ‘개인체험학습’ 명목으로 학교의 허락을 받았고, 교외체험학습은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으로 인정되는 만큼 학교에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 보인다.

수능이 끝나면 이미 대학에 합격했거나 별도의 시험이 없는 학생,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의 경우 교실 수업은 사실상 끝난 상태다. 학교에서는 수업일수 때문에 학생들을 등교토록 독려하고 있지만 공부로부터 해방됐다고 들떠 있는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 보니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시에 응시한 학생도 논술이나 면접 준비 등을 이유로 별도로 공부하거나 학교를 안가는 등 관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출석했다는 것 외에 별 의미가 없는 등교를 하는 학생이나 이들을 방치해야 하는 교사나 현실이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사실 수능 후에 고3 교실 프로그램이 요구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대다수 학교와 사회의 태도는 거의 무능과 무책임 일변도가 아니었나 싶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길거리가 나가 배회하는 일이 없도록 학교에 붙잡아 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 탓에 용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개발과 올바른 성장을 위한 현장학습이나 명사특강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치고 있어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학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나면서 교실의 혼란도 더 커지고 있어, 수능 이후 고3 교실 무용론에 조기 졸업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수능이 끝났다고 고등학교 전과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시기를 잘 활용해 평소에 하지 못한 체험학습을 하거나 학생 개인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각각 상황이 다른 학생들에게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하는 어려움이 이해는 되나 교실 현장에 혼란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수능 이후부터 졸업까지의 고3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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