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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석 인천대 교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은 돈을 쓰는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한 바 있다. 첫째 유형은 자기 돈을 자기를 위해 쓰는 유형으로, 이 유형은 양질을 추구하고 지출을 효율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주로 사적 영영에서 돈을 쓰는 유형이다. 둘째 유형은 자기 돈을 남을 위해 쓰는 유형으로, 이 유형은 지출에는 큰 관심을 갖지만 질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데 식사 대접처럼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풀 때 일어난다. 셋째 유형은 남의 돈을 자기를 위해 쓰는 유형으로, 이 유형은 지출에는 관심이 적고 질에만 신경을 쓰는 유형으로, 조직 돈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비근한 예이다. 넷째 유형은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쓰는 유형으로, 이 유형은 비용이나 질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정치인이나 정부가 세금을 쓰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세금 사용을 보면 넷째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 단적인 예를 들자면, 과거 실세 정치인들이 주도해 자기 고향에 하나씩 만들었지만 만성 적자에 놓인 지방공항 건설, 가성비가 낮음에도 무안공항을 살리자고 무안을 경유하게 수정한 호남선 KTX 노선 변경과 최근 불거진 세종역 신설안 등이 있다.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아 밝힌 2017년 ‘지방공항별 당기순이익’ 자료에 의하면 지방공항 14개 중 김해·청주·제주·대구의 4개 공항만 흑자를 내고 있고 무려 10개 공항은 적자 상태다. 10개 공항은 광주공항(27억4천500만 원), 울산공항(116억1천200만 원), 양양공항(118억2천500만 원), 여수공항(128억2천500만 원), 사천공항(48억1천300만 원), 포항공항(106억4천300만 원), 군산공항(27억1천만 원), 원주공항(29억2천700만 원), 무안공항(139억900만 원)이다.

 이들 공항 중 민군겸용 공항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만성 적자 공항은 건설비용과 운영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목포를 연결하는 호남고속철도 노선 중 광주-목포 구간은 기존의 호남선을 이용하고 있어 고속철도 건설이 추진 중이다. 이 구간은 애초 직선형으로 계획됐었는데,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안공항을 살린다는 명분 아래 무안을 경유하게끔 노선이 변경됐다. 변경된 노선은 애초의 직선형에서 ㄷ자형으로 노선이 굽어져 목포에서 광주까지 소요시간이 약 10분 더 걸리고, 건설비가 1조1천억 원가량 더 들 것이나, 1일 무안공항역 승하차 인원은 1천 명에 미달할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KTX 세종역 신설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에 역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는 명분과 세종시 주민과 세종시에 출입하는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역 건설 필요성이 주장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그 주장대로 역이 건설된다면 세종역은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 22㎞ 지점에 위치해 기차는 저속으로 운행할 수밖에 없고 오송역이나 공주역 이용 때보다 소요시간은 20분 차이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서울에서 세종시에 간다고 할 때 서울역-오송역(KTX)-세종시(버스) 이동과 서울역-오송역-세종역(KTX)-세종시(버스) 이동이 시간상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예상 이용객은 2030년 기준으로 오송역 이용객의 ⅓수준인 6천~7천 명 정도이나 건설비는 약 1천320억 원이 소요돼 편익/비용은 0.59로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런 노선 변경이나 역사 신설은 결국 편익/비용과 관계없이 정치적 명분으로 추진돼 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업은 정치인에겐 한때의 치적이 되고 건설업자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호재이겠지만, 그 부담은 앞서 본 지방공항처럼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2019년 새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액수는 무려 469조6천억 원이다. 이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것이므로,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그리고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정치인은 일정 부분 위와 같은 정책의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감시와 통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은 언론이다. 언론의 분발을 촉구한다. 국민은 감시와 통제 제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국회로 하여금 ‘기부금 지정기탁제’처럼 납세자가 미리 세금의 사용 용도를 지정하고 정부는 지정된 용도에 쓰도록 하는 ‘용도 지정 세금납부제도’를 만들도록 노력해줄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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