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신도시 개발이 확정된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의 한 마을에서 만난 송윤열(88)씨가 삶의 터전인 비닐하우스(사진 왼쪽) 앞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평생의 일터였던 밭은 정부의 3기 신도시 대상지로 선정돼 아파트와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 19일 신도시 개발이 확정된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의 한 마을에서 만난 송윤열(88)씨가 삶의 터전인 비닐하우스(사진 왼쪽) 앞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평생의 일터였던 밭은 정부의 3기 신도시 대상지로 선정돼 아파트와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 일대 주민들은 마음이 뒤숭숭하다. 정부가 이곳을 3기 신도시 건설계획 대상지로 발표하면서 삶의 터전이자 일터를 잃는다는 생각에서다.

19일 오후 찾은 동양동 사업대상지는 한산했다.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에서 버스로 10분을 이동한 뒤 다시 10분을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이곳은 대부분 농경지다. 이 마을은 수도권 근교의 한적한 시골 동네다. 왕복 2차로 도로를 사이에 둔 동양지구가 주거단지로서 도시의 모습을 갖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을에서 만난 송윤열(88)할아버지는 64년째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4천㎡ 터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 4남매를 키웠다. 송 할아버지는 생계가 막막하던 시절 이곳에 정착해 지금도 비닐하우스 안에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생활한다. 그래도 이곳에서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평생을 농사꾼으로 산 만큼 애정이 많다.

송 할아버지는 "신도시 개발이 결국 삶의 터전을 잃는 과정임을 알고 있다"며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발이 시작되는 날까지는 머물고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마을이 일터인 임차 영농인들은 앞날을 걱정했다. 7천900㎡의 터를 빌려 유기농 쌈채소 농장을 경영하는 박상원(47)씨는 개발이 시작되면 농장을 처분하거나 새 부지를 찾아야 한다. 박 씨의 농장은 시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스마트농업 인프라 구축사업’에 선정된 곳이다. 하지만 농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친환경 인증 등을 받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일궈야 한다.

보상이나 땅값 상승을 기대하며 토지 거래를 하지 않고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동양동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최근 전화 문의가 많지만 매물이 없다"며 "그동안 이 지역은 자산가치가 낮은 곳으로 취급돼 기대감이 없었으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토지주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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