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비노·반노 그룹인 `후보단일화 추진협의회'가 집단탈당을 모색중인 가운데 경기지역 의원들이 16일 오후 모임을 갖고 거취문제를 논의하는 등 후단협의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 `깜짝 놀랄만한' 당내 지도부급 인사도 후단협의 탈당 움직임에 참여키로 하고 금명간 정몽준 의원과 접촉키로 하는 등 정 의원의 `국민통합 21' 창당발기인대회 및 전용학 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촉발된 정계개편 흐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내에선 여전히 반노·비노 의원들의 한나라당 추가 입당설과 독자 탈당설이 지속되고 있지만 일단은 `후단협과 함께 움직이겠다'는 쪽으로 대체적인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다는 게 후단협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한 김근태 김영환 의원 등 재야출신 인사들과 일부 친노 진영 인사들도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어 향후 이들의 움직임도 분당으로 치닫고 있는 민주당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탈당시기 및 규모=후단협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집단탈당을 추진키로 하고 이를 위해 단계별 탈당을 단행할 방침이나 내부적으론 `주력부대'의 탈당 시기를 놓고 `이번 주말이나 내주중' 단행 입장과 `이달말' 결행 입장으로 양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말·내주중 단행론자는 그동안 후보단일화를 위해 탈당을 미루다가 전용학 의원의 개별탈당이 이뤄진 만큼 이를 막고 통합신당 창당을 본격화하기 위해선 일단 10여명이라도 먼저 탈당해 `교두보'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희규 의원은 “그동안 질질 끌다가 이 모양이 된 것 아니냐”면서 “이번주말이나 다음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해 선 탈당론에 무게를 뒀다.
 
박상희 의원도 “후단협의 새 진용이 짜여진 만큼 상당히 빠르게 갈 것”이라고 조기단행론에 가세했다.
 
반면 이달말 결행론자들은 일단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원을 확보한 뒤 탈당해야 후보단일화를 견인해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엔 현실적으로 실제 탈당을 결행할 의원들을 규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전용학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탈당'에 대한 국민여론이 비판적인 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윤 의원은 “지금은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25~30일 사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고 박상규 의원도 “(탈당 움직임이) 그렇게 급진전되고 있진 않다”고 전했다.
 
선 탈당론자로 알려졌던 강성구 의원도 “정몽준 신당이 창당되기 전에 이뤄지기만 하면 된다”며 “후단협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탈당이 이뤄질 경우 몇명이나 탈당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후단협측은 최소 10여명에서 많게는 50명선까지 내다보고 있다.
 
후단협측은 이날부터 회원들을 상대로 탈당계를 받는 작업을 본격화해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인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후단협 관계자는 지난 4일 후단협 창립 총회 모임에 참석한 34명을 들어 “30명은 충분히 규합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단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세규합 움직임도 탄력이 붙어 당내 관망파 및 친노 일부 진영까지 포함할 경우 50여명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후단협측은 이에 따라 김근태 김영환 의원 등 `개혁이미지'를 지닌 재야출신 의원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으며 이들도 이달말에 가선 탈당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계파별 움직임=후단협은 단계별 집단탈당→교섭단체 구성→후보단일화라는 전략적 수순을 정한 뒤 발걸음이 한결 빨라지고 있는 형국이며, 이르면 이번주말이나 내주초 최소 10명 안팎의 의원들의 1차 탈당이 이뤄질 전망이다.
 
후단협 소속 강성구 박병윤 이희규 의원 등 경기지역의원들은 이날 낮 시내 한 음식점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탈당 시기와 방법, 교섭단체구성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다.
 
후단협 내부에서는 이번주말이나 내주초 탈당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전용학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 충격이 사라지기를 기다려 이달말께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정확한 시기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그러나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 창당 이전까지는 교섭단체를 구성해 당대당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상천 한광옥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 등 비노 중진의원들은 당내 상황을 좀더 지켜보고 여론을 들어본 뒤에 행동을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들은 당내에서 차지하는 현실적인 비중과 상징성 때문에 말을 아끼고 있으나, 노무현 후보와의 정서적 거리가 회복하기 힘들만큼 멀어진 상태라는게 주변의 관측이다.
 
정균환 총무는 “평화교란세력인 이회창 후보가 집권하는 것을 막는데 온몸을 던진다는게 내 생각”이라며 “전용학 의원이 엊그제 한나라당에 가서 충격을 줬는데, 우리 당 의원들이 한나라당행이 아니라해도 곧이어 탈당할 경우 진의와 관계없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한광옥계인 박양수 의원은 “10월말까지 기다려 지지율이 오르면 다행이지만 못오르면 어쩔 수 없다”면서 “당내 다수가 탈당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행보가 가장 주목되는 그룹은 김근태 김영환 의원 등 재야출신 의원과 송훈석 김윤식 조한천 이종걸 의원 등 중도파 의원들이다.
 
이들은 15일 만찬 회동을 갖고 후보단일화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추진방식에 대해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한 집단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김근태 의원은 “노무현-정몽준은 87년 김대중-김영삼의 표분산구도와 비슷하다”며 “둘다 가면 필패요, 손을 잡으면 이길 것”이라며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인제 의원 계파 역시 고민이 깊다. 충청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한나라당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후단협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는 의원도 있는 등 복잡한 양상이다.
 
친 이인제계인 이근진 의원은 “지역구 여론을 듣고 이달중에는 결론을 낼 생각인데 30대 이하는 정몽준 후보, 40대 이상은 이회창 후보를 선호한다”며 한나라당행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고, 이희규 의원은 “가려면 신당에 갈 것이며, 이인제 의원과 나는 패키지”라고 말했다.
 
송석찬 의원은 “차라리 정치를 안했으면 안했지 한나라당에는 안간다”면서 정몽준 의원과 이한동 전 총리의 신당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동교동계는 당 소속의원들의 집단탈당이 있더라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노 후보를 흔드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옥두 의원은 “노 후보가 당의 공식절차로 뽑힌 후보인 만큼 우선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그 다음의 일은 그때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