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취임 후 6개월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정신없이 바쁘다. 지역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24시간을 분(分)·초(秒)로 쪼개야 할 정도로 숨 막히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는 인천에서도 현안이 가장 많은 곳이다.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 등의 개발 현안은 물론 서울지하철 5·7·9호선 서구 연장 및 제3연륙교 건설 등의 교통 현안, 수도권매립지·소각장 등의 환경 현안 등 풀어야 할 굵직한 숙제가 쌓여 있다. 여기에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와 복지 분야도 살펴야 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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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아동 참여캠프 ‘우리들의 꿈꾸는 시간’ 참가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서구 30년 미래 구상

 이처럼 산적한 현안에 파묻힌 이재현 청장이 취임 후 가장 역량을 집중한 부분은 서구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일이다. 지역의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면서도 서구의 희망찬 미래를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청장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0월 ‘서구 미래 30년 비전 선포식’을 통해 환경·교육·교통·복지·문화 등 5개 분야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2030 서구 미래 비전은 ▶공해도시에서 친환경도시로 거듭난 일본 기타큐슈시를 뛰어넘는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국제환경도시 서구’ 조성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신교통 중심도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따뜻한 복지가 실현되고 주민이 공감하는 ‘행복한 복지도시’ ▶주민이 문화를 생활권에서 누릴 수 있는 ‘창조문화·관광도시’ ▶아동과 청소년이 미래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는 ‘혁신적 교육환경도시’ 등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서구를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인천시-서구 관계자들이 서구 현안에 대한 공동 합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 고질적 환경 현안 해결에 인천시 힘 보태

 서구의 고질적인 환경 현안 해결을 위한 이재현 청장의 요구에 인천시도 큰 힘을 보탰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 청장의 요청에 부응해 지난 11월 26일 서구청을 직접 방문, 서구지역 환경 현안에 현실적이고 실효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시장이 기초자치단체의 현안 해결에 직접 방문까지 하면서 해결의지를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박 시장은 내년 수도권매립지특별회계 예산으로 매립지로 고통받는 서구 주민들을 위해 환경개선비 485억 원 등 1천억 원의 예산을 서구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 지난해 서구에 교부한 특별회계예산 200억 원의 다섯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 코스모40 축제형 플리마켓.
 약속은 바로 이뤄졌다. 시는 내년도 예산의 매립지특별회계에서 불로복합체육관 건립 190억 원, 원당복합체육관 건립 173억 원, 가좌복합체육관 건립 120억 원 등 매립지 주변지역 환경 개선을 위해 총 1천6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시의회 의결을 거쳤다.

 박 시장은 또 서구 주민들의 건강·안전을 보호하고 환경 현안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위해 주민대표와 시민단체, 전문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가칭 ‘클린서구환경시민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시민위원회는 ▶주물단지와 아스콘공장 등의 타 지역 이전 ▶심곡천 등 주민 친화형 하천 정비 ▶수도권매립지 주변 환경피해 해소 ▶환경유해시설 악취 억제 노력 ▶드림로 정비 등의 실행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이 외에도 루원시티 행정교육복합도시 조성과 검암역세권 개발사업, 서울지하철 청라·검단 광역교통망 확충사업 등도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인천시와 서구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 정서진 피크닉 클래식에 모인 시민들이 초대 공연 무대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 주민참여예산으로 힘 받는 주민자치

 이재현 청장은 주민참여예산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내년도 예산에 무려 121억 원(96건)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3억1천여만 원 대비 40배 증가한 수치다. 내년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에는 200억 원 규모까지 확대하기로 해 주민참여예산 규모로만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렇게 되면 서구의 주민참여예산은 올해 예산 대비 무려 70배가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동안 서구 주민참여예산은 쥐꼬리에 비유됐다. 2013년 9억900만 원(19건)을 편성한 이후 2014년 15억2천900만 원(22건), 2015년 11억500만 원(34건), 2016년 16억9천600만 원(27건)만 반영됐을 뿐이다. 소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주민참여예산은 지난해 7억6천800만 원(15건)으로 절반이 줄어들더니 올해는 여기서 또다시 반 토막 난 3억1천만 원(20건)으로 축소됐다.

▲ 이재현 서구청장.
 주민참여예산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이 지역 문제에 적극 참여해 스스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의미다. 예산이 대폭 늘어난 데는 이재현 청장의 의지가 강했다.

 이 청장은 그동안 단순히 ‘의견수렴형’으로 진행되던 주민참여예산제를 ‘주민주도형’으로 개편, 주민이 예산편성뿐 아니라 집행 등 전체 과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또한 주민제안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인재도 투입했다.

 예산 반영을 통해 내년에 시행될 주민참여예산은 ▶청소년 전용 앱 개발 ▶4차산업 체험실 조성 ▶청소년 드림엑스포 개최 ▶결식아동 급식지원금 인상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구립 원당동 경로당 건립 ▶가석초교 앞 육교 캐노피 설치 등이다.

 이처럼 취임 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민들에게 각인될 굵직한 성과를 쏟아내고 있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취임 후 지난 6개월간은 서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온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는 주민과 더 많이 소통하며 주민들이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동식 기자 dsha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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