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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국 경기본사 부국장
"LH가 대책 없는 주거단지 허용으로 105만 고양시를 거대한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데 이는 LH가 눈앞의 개발이익과 우리 후손들의 생존권을 맞바꿈하는 통렬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택지 졸속 용도변경’에 문제를 공식 제기하고 나서며 쏟아 낸 비난이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이 시장은 수익성에 치중한 LH의 개발 행태를 비판하며 공공택지지구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이 시장은 이번에는 사회기반시설 확충은 외면하면서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오피스텔은 대거 허용하는 LH의 택지개발 방식을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LH를 향한 강도 높은 문제 제기다.

 실제로 LH는 지난 2014년 고양시 삼송지구 내 자족기반 확충을 위한 ‘도시지원 시설 용지’ 중 매각되지 않은 S1-2, S1-4블록에 대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허용했다. 그 이유는 해당 부지에 도시지원 시설을 유치하기 어렵자 대규모 블록을 세분한 뒤, 오피스텔 건축이 가능하도록 허용토록 꼼수(?)를 편 것이다.

 그 결과, 도시형 공장·벤처기업·연구소·공연장 등 자족시설이 들어서야 할 신도시의 요충 부지에 엉뚱하게도 4천400여 가구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LH의 이 같은 용도변경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살펴보면, 고양 원흥지구 이케아 부지는 당초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도시지원 시설 용지였지만 유통판매 시설 용도를 추가 허용해 사실상 판매시설로 매각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LH 측은 "해당 부지들은 ‘도시 활성화’와 ‘공급 여건 개선을 통한 매각 활성화’라는 공익적 취지로 용도를 변경한 것인 만큼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합법성이 곧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손실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이다"라며 "한 도시의 계획은 최소 30년에서 50년 후를 내다보며 이뤄져야 하지만 LH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후대를 위한 자족기반을 장날 저녁에 물건 떨이 처분하듯 헐값에 매각하는 등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부지매각에만 급급해 공익은 저버리고 민간 토건업자와 다름없는 사익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활로인 자족시설 용지를 매각하는 것은 ‘고양시에 기본적인 일자리와 먹을거리마저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라는 지역사회의 볼멘 목소리가 높다. 뿐만 아니라 LH는 주거민에 대한 뚜렷한 기반시설 확충 대책 없이 토지 매각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도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대규모 인구 증가로 인해 교통난이 심화되고 공공시설 등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근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어 시를 상대로 집단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부지 매각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더욱 문제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과 복합쇼핑몰이야말로 미매각 용지를 처분하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공공택지 용도변경의 명목은 도시활성화지만 그 속내는 용지 매각이 목적이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즉, 일단 자족시설 부지로 모양새를 갖춘 후 적극적으로 자족시설 유치를 하기보다는 슬쩍 헐값에 매각해 버린 처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용도변경은 택지지구 승인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강행하는 현실로 공공이 앞장서서 도시의 베드타운 고착화를 돕는 양상이다.

 이 시장은 "LH는 대책 없는 공공택지 용도변경을 중단하고 그간 도시의 요충지를 헐값으로 매각해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사회기반시설 등으로 환원해야 한다"며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공공택지 준공 협의 시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권한을 행사해 강경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한 촉구와 으름장(?)에 LH는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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