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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요즘 들어 각 언론사의 편파보도가 매우 심각해 국민들로부터 불신은 물론 지탄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흔히 언론매체를 구분할 때 보수 언론이니 진보 언론이니,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세상의 사물과 이치를 본인의 입맛과 사고에 맞추어 편향되게 보도함으로써 정론직필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윤리를 망각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노자는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라고 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있는 그대로를 느끼라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세상사 돌아가는 것을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 라디오 방송, 인터넷에 의존해서 느끼기 때문에 굴절된 시각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언론은 사회 집단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수집·정리해 제공하고 나아가 사실 보도를 넘어 중요한 사건에 대해 해설과 평가를 하며 사건 관련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한다.

 특히 언론을 통해 특정 인물이나 정부 정책에 관해 비판적인 기사가 제공될 경우,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더구나 특정 지배 집단의 영향으로 색깔을 덧칠해 왜곡된 보도를 하면 기존 질서가 파괴되는 독버섯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중 매체는 중요한 사회적 기관으로, 국민들은 다양한 대중 매체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으며 대중 매체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해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예컨대 일기 예보를 듣고 우산을 챙겨 등교한 경험이 있는 우리는 일상에서 대중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으며 그 기능을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중 매체는 우리 사회에 대한 정보를 수집·정리해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은 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대학 입시제도 변경과 관련된 뉴스를 듣고, 입시 전략을 수정한다면 이는 대중 매체의 정보 제공 기능을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제공은 자칫 사회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긴장감이나 공포를 유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범죄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사회적 일탈 행위를 공개함으로써 기존 규범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배적인 규범이나 가치가 주입되면 사회 구성원의 가치와 사고방식이 획일화될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위축될 수도 있다. 더불어 대중매체에 노출된 사회적 일탈 행동을 배워서 모방하는 등의 사회화 역기능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울러 사회 구성원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오락 기능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중 매체의 오락 기능은 시청각 메시지의 전달이 가능한 텔레비전이 등장하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 경쟁에 따라 선정적이고 폭력적,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대중이 오락 기능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사회·정치적 무관심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문이란 내부와 외부를 드나들기 위해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일종의 창구이다. 어떤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나 경계의 입구를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문은 또 다른 공간으로 향할 때, 또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계이며 현재의 공간이나 시각을 벗어나려면 그 경계를 넘어야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언론이라는 출입구를 통해서 세상으로 나아가고 이 문을 통해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출입문과 창문은 우리와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이지만 세상과 우리 사이에 놓인 그물일 수도 있다. 이 그물에 걸리지 않고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언론에 의한 인위적인 매개에 의해 좌지우지하지 않고 언론이 전하는 맥락을 잘 파악해야만 한다. 언론은 국민들이 세상을 보는 창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투명해야 될 창문에 자기 색깔에 맞는 빨간색 셀로판지나 파란색 셀로판지를 부착해 세상을 보는 국민의 눈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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