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6일 본회의를 열어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전용학·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에 반발해 본회의를 거부, 개의를 못하는 등 3일째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은 두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공작'으로 규정, “이회창 후보가 대권욕에 집작해 정치질서를 파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본회의 거부를 `민주당 내분에 대한 책임전가'라며 즉각 정상화를 요구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 총무를 차례로 만나 `단독국회 사회 불가 원칙'을 밝히며 원만한 국회 운영을 거듭 당부했다.
 
◇한나라당=민주당의 본회의 거부를 비난하며 “대정부 질문도 남아있고, 민생문제도 시급하며 처리해야 할 법안도 있는 만큼 당장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청원 대표는 고위선거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두 의원 입당문제를 빌미로 명분없는 짓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 당내에서 수십명이 탈당을 공언하고 공공연히 서명을 받고 있는데, 그 정당이 싫다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을 이유로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회의에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 못다한 대정부 질문을 순연해서라도 계속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민주당에 제의키로 했다.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민주당 의원들의 출석과 박 의장의 본회의 진행을 요구하며 개의를 기다렸다.

◇민주당=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한나라당의 의원영입을 `정치질서 파괴'라고 강력히 규탄,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거부키로 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 후보가 대권욕에만 집착해 정치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정당파괴 행위중지와 이 후보의 후보직 사퇴 및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한화갑 대표는 “과거 공작전문가들을 다 옮겨 놓은 한나라당은 공작본당”이라며 “이미 결론 난대로 국회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앞으로 정치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가능한 한 최고위원회의를 일주일에 한번 열어 정국대처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균환 총무는 “의원들이 전 의원에게 배신감을 느껴 허탈해하고 있는데다가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가 겹쳐 오늘 국회 정상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조만간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열어 한나라당의 `의원빼가기'를 통한 `국회장악기도' 등을 강력히 규탄하기로 했다.
 
◇박 의장=이규택 총무를 비롯해 한나라당 총무단은 이날 오전 박 의장을 방문, “합의된 일정대로 대정부질문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박 의장은 양당 총무간 합의를 촉구하며 한나라당 단독 본회의 진행을 일단 거부했다.
 
박 의장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국회를 여는 것보다 협상과 합의를 통해서 국회를 정상화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예정대로 국회 일정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나 대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장은 민주당 정 총무를 불러 원만한 국회일정 진행을 당부했다.
 
박 의장은 “무한정 (민주당이 국회에 들어오길)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계속 국회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의 등원을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