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변호사로서 무죄판결을 받는 것은 기쁘고 보람된 일이지만 인터뷰를 하게 된 경위는 다소 씁쓸한 사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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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웅 <변호사/국세심사위원>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항소심까지 재판만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당사자는 수회 수사기관, 재판 출석으로 부담을 느꼈고 공소 제기된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무죄판결에 따른 보상절차를 묻는 당사자에게 실망스러운 대답을 해줘야 했고, 결국 "일인 시위라도 해야겠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법적절차에 실망한 당사자가 언론에 호소해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무죄판결에 따른 보상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무죄판결이 선고된 후 보상을 받는 규정은 당사자가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받는 것과 구금된 경우에 그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는데 구금됐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재판에 소요된 변호사 비용과 출석에 필요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며, 후자는 헌법 제28조에 근거를 두고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규정이 있다.

 두 법률이 다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보상하는 금액이 실제 당사자가 지불한 금액이나 손해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동일하다.

 형사절차에서 소요된 비용 청구의 경우 재판에 출석한 당사자와 증인의 일당·여비와 변호사 비용을 받게 된다. 당사자의 출석에 대해서는 현재 1회 출석에 5만 원을 인정하고 있고, 변호사 비용은 실제 지급한 비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건당 30만 원을 기준으로 사안에 따라서 5배까지 증액된다. 최대 1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무죄를 주장하는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사에게도 높은 강도의 업무가 예정돼 일반적으로 변호사 선임비용은 150만 원보다 훨씬 높다.

 구금된 경우 보상청구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부터 그 5배의 범위에서 결정하고 사형이 집행된 경우는 3천만 원의 범위에서 지급하도록 돼 있다. 수사기관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구금된 경우에는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 할 수 있지만, 만약 손해배상이 인정되면 그 범위에서 형사보상 금액은 공제된다.

 억울하게 기소가 됐다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고, 앞서 본 사례와 같이 여러 사정으로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만약 구금까지 된 경우라면 직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경제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게 된다.

 무죄판결을 받았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의 기소가 국가의 공권력이 부당하게 작용한 경우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보아도 무죄가 선고될 사건은 처음부터 기소하지 않는 것이 맞다. 만일 수사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정확한 법적 판단이 되었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겪지 않아도 되는 재판 절차를 겪은 것이다.

 그렇다면 무죄가 선고된 경우 재판과정에서 실제 발생한 비용은 공권력의 작용으로 인해 당사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지출한 셈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국가가 충분한 보상을 해 줘야 한다.

 정식적인 고통까지 위로해 주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경제적인 손해는 모두 보전해 주는 것이 형평에 맞다.

 피고인이 무죄선고를 받기 위해서는 피고인 측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실무를 고려할 때 변호사 비용을 현행과 같은 범위에서 인정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구금된 경우는 더욱 큰 문제이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되면 당사자에게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경우는 보상의 범위도 크게 상향하고 위자료 지급도 검토해야 한다.

 형사보상과 관련해서 국회와 법조계, 학계에서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권보호와 사법부, 수사기관의 국민적 신뢰를 위해서라도 형사보상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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