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정부가 ‘자영업 성장과 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연체된 채무를 대규모로 탕감해주고, 17조 원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며, 18조 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등 자영업에 대한 자금 공급망을 강화했다.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전국 구도심 상권 30곳을 선정해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안도 눈에 띤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자영업자를 독립적인 정책대상으로 확고히 한 것이 이번 대책의 특징"이라며 "자기고용 노동자라는 특성을 반영해 지원체계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앙꼬 없는 찐빵처럼 허전한 게 사실이다. 문제의 본질인 최저임금 인상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계획들을 뒤집어서 보면,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키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채무를 무분별하게 탕감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고, 지역화폐 발행은 이미 해봤듯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 같다. 저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것도 좀비 사업자만 양산하고, 구도심 상권 육성도 부동산경기에 온갖 찬물을 다 끼얹은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0.9%로 일본의 10.4%, 미국의 6.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의 40%가 도소매업 및 숙박·음식업 같은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업종이라는 데 있다. 한마디로 과포화 상태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좁은 시장에서 경쟁까지 치열하면, 매출이 잘게 쪼개지고 이윤은 얇아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한국의 자영업은 ‘인건비 따먹기’ 싸움이다.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가 올라가면 그만큼 사업자의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자영업의 과열 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지, 백화점식 지원이나 나열하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선 안 된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개념처럼 자영업을 창업, 성장, 폐업(퇴로·재기)의 생애주기별로 구분해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가는 게 중요하다. 단 창업과 성장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폐업 단계에서 사회안전망 확충 및 재기 지원에 전력하는 게 맞다. 무조건 다 하겠다는 것보다 취사선택 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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