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 20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은 새얼문화재단이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를 넓히고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로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1984년부터 3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행사다.

새얼문화재단은 매 행사마다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진행을 해왔지만 올해는 특히 출연자 전원을 인천 출신이거나 인천에서 성장한 음악인들로 구성했다. 또 한반도에 평화정착을 위한 인천시민들의 희망과 염원을 담아 올해 행사의 주제를 ‘인천의 노래, 황해의 소리’로 정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작년, 재작년만 하더라도 한반도에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같더니, 올해는 남북한 최고지도자들이 현명하게 대처해 한 고비를 넘겼다"며 "이번 ‘가곡과 아리아의 밤’ 주제는 ‘인천의 노래, 황해의 소리’로 우리들의 마음과 정성이 인천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켜서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희망과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비록 해방은 도둑처럼 왔다지만 우리의 통일과 평화마저 그렇게 와서는 아니 되겠기에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기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새얼문화재단은 이 같은 의미를 담아 2000년 인천문화예술회관 앞에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리운 금강산’을 기리는 노래비를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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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출신, 인천 거주 예술가들의 공연...인천의 노래

새얼문화재단은 지난 35회에 걸쳐 ‘가곡과 아리아의 밤’을 진행해 오는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성악가들을 무대에 세웠다. 이는 새얼문화재단이 이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인천 출신의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고향이자 살고 있는 땅의 무대에서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맘껏 펼쳐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인천은 근대의 발상지이자, 도래지였지만 상대적으로 인천에는 예술인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과 문화시설이 많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인천 출신 예술가들 중 상당수가 인천을 떠나 타 지에서 활동해야만 했다. 여기에 타 지에서 활동하더라도 고향인 인천의 무대에 서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새얼문화재단은 1984년 제1회 ‘가곡과 아리아의 밤’부터 시작해 끊임없이 인천 출신, 인천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발굴해 무대에 세우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올해 행사의 첫 무대를 연 피아니스트 안봉수는 현재 국내와 유럽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신예 피아니스트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 Op.18 제1악장’을 연주했고, 뛰어난 테크닉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이를 이어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브람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최대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곡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 제1악장’의 놀라운 연주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2부는 이연성 묵직한 베이스의 음성으로 시작했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OST ‘더 크레인즈(The Cranes, 백학)’과 포민의 ‘먼 길을 따라서’로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됐다. 뒤이어 테너 나승서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흘리는 눈물’과 가곡 ‘가고파’를 불러 관객들을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로 안내했다.

마지막 무대는 소프라노 오미선의 가곡 ‘아리 아리랑’으로 시작해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를 불렀다. ‘인형의 노래’ 중 소프라노 오미선은 직접 태엽인형이 된 퍼포먼스를 펼쳐 보였고 지휘자 이경구는 이에 호응해 태엽을 직접 감아주는 연기를 펼쳐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 평화의 염원을 담은 황해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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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낳은 걸출한 성악가 소프라노 오미선, 테너 나승서, 바리톤 이연성, 세 사람은 가곡 ‘아름다운 나라’의 환상적인 3중창으로 관객에게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노래로 들려줬다. 이어진 합창 공연에서는 겨레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인천시립합창단과 인천의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합창단의 연합체인 인천연합합창단 단원들이 최영섭 선생의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합창했다. 또 크리스마스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노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펼쳐졌고, 음악회의 마지막은 인천문화예술회관을 가득 채운 청중과 함께 모든 출연자가 일어나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소원’을 불러 감동의 물결을 이뤘다.

연주가 끝난 후 지용택 이사장은 "우리나라, 우리 겨레, 우리 지역에 대한 높고 깊은 마음으로 고향 인천을 빛내고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며 최영섭 작곡가에게 공로패를 증정했다.

박남춘 인천시장 역시 "국민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주옥 같은 작품을 작곡했으며, 통일의 염원을 담은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해 인천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고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공로패를 증정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인천의 원로 예술가 운산(雲山) 최영섭(崔永燮) 선생을 기리는 장미헌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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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용택(왼쪽)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오른쪽) 선생에게 장미를 헌정하고 있는 모습.
=새얼문화재단 제공
제35회 ‘가곡과 아리아의 밤’ 리셉션 장에서는 인천 출신으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 전 세계의 명곡으로 연주되는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선생에게 장미를 헌정하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 구순인 최영섭 선생은 최근 건강 악화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심정구 인천원로자문회의 의장을 비롯해 최성규 순복음교회 목사, 김용복 수도사 주지스님, 홍영복 부평사랑회 회장 외 회원 일동, 김영기 삼목회 회장 외 일동,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장, 이덕호 인천교육을사랑하는사람들 대표, 조우성 이문회 회장 외 일동, 이영재 경인일보 인천본사 사장, 이종관 ㈔한국예총인천시연합회 회장, 이태훈 가천의대 길병원 의료원장, 조상범 법무부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 회장,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 등 지역의 뜻 있는 인사들이 모여 인천 출신 원로 예술가에게 각계 각층의 인천 후학들이 뜻을 모아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행사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지용택 이사장은 "오늘 우리가 장미 헌정을 하는 것은 공로가 있는 선배와 원로를 기리고 모시는 것이 인천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시민의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이 인천을 ‘이부망천’이라고 말해 인천시민이 언짢아 한 적이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망해서 인천에 온다는 것은 인천에 죽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재기해서 성공하기 위해 인천을 찾는다는 뜻이 된다"며 "도리어 이 말은 인천이 ‘희망의 도시’라는 뜻"이라고 했다.

작곡가 최영섭 선생은 "비엔나 교외 숲속에 슈베르트가 작곡한 가곡 ‘보리수’의 노래비가 있는데, 그 노래비를 보려고 매일 관광버스가 100대 이상씩 들어간다"며 "저렇게 작은 노래비 하나 때문에 광대한 관광객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주변의 식당은 만원이고 그 작은 노래비 하나로 비엔나가 먹고 산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아울러 인천문화예술회관 광장에 세워진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에 대해서는 "인천의 모든 시민들을 위해 인천시에 헌정을 했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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