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살인 혐의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부동산업자를 조사실에 들여 매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편의를 봐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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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23일 인천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검사 A씨와 부동산매매업자 B씨에 대해 조사를 해 달라는 진정서가 접수됐다. 해당 진정은 2014년 7월 31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강화에서 ‘부동산 장사’를 하던 C씨는 같은 동네에 거주하던 D씨를 흉기로 때려 살해한 후 인근 야산에 유기했다. 당시 C씨는 D씨에게 1억여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선고받고 돈을 갚는 대신 살해할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2014년 C씨의 사건을 맡았던 A검사가 조사 중 민간인 부동산업자를 인천지검으로 들여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편의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C씨가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부장판사 홍승면)에서 진행된 사해행위 취소 등 소송에서 증인으로 나와 진술하면서 알려졌다.

C씨는 당시 법정에서 "검찰 3회차 조사 때 갑자기 A검사가 나와 부동산계약을 체결할 사람이 오게 돼 있으니 그 사람이 오면 잠시 조사를 중단하고 계약을 체결하라고 했다"며 "부동산업자와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A검사가 여기가 무슨 부동산 사무실인 줄 아냐며 고함을 지르고 빨리 하라고 호통을 쳤다"고 증언했다.

해당 재판은 피해자 D씨의 어머니 E씨가 C씨를 상대로 살인사건으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기 위해 제기한 재판이었다. 서울고법은 C씨의 진술 등을 인정해 원고 패소를 선고했던 인천지법 1심을 취소하고 10월 11일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E씨의 재판과 진정을 맡은 최명호 변호사는 "살인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재산을 빼돌리는 데 검찰이 나서 도와준 것"이라며 "피의자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데 장소와 시간을 제공하는 등 배려해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C씨의 재산 처분에 도움을 준 덕분에 제3자는 피의자의 재산 중 가장 값이 나가는 부동산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샀고, 피해자의 유가족은 4년이 지나도록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검사는 현재 수원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후 중앙부처의 장관실 법무담당관으로 파견돼 근무 중이다. A씨의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해당 부처 대변인실에도 메모를 남겼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해당 진정 건의 경우 일부 관련자들을 조사했으며, A검사를 조사했는지 여부는 답변할 수 없다"며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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