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구 십정2구역 주민대표위원회 임원들이 사실상 시공사의 경비직에 취업하기로 하면서 말이 많다. 이 과정에서 인천도시공사가 시공사 측에 자리를 주선해 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반면 도시공사는 주민대표 임원들이 사직서를 낸 상황이어서 내년 초 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도시공사와 주민대표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주민대표위원회는 A씨 등 임원 4명을 사직처리했다. 십정2구역 뉴스테이 공사현장 경비로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겸직은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A씨 등은 모두 주민대표위원으로 각자 주요 간부로 근무하면서 도시공사에 경비 취직을 부탁했다.

도시공사는 어차피 정비사업 공사현장에 주민들을 근무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관례로 A씨 등의 어려운 환경을 고려해 시공사에 연결해 줬다. A씨 등은 내년 초 교육을 받고 십정2구역 공사현장 출입구가 모두 열리는 시점부터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A씨 등이 주민대표위원 신분을 유지한 채 취업을 부탁한 게 가장 문제라고 봤다. 도시공사와 시공사 등을 감시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주민들은 "도시공사가 취업 부탁을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주민대표위원들에게 정비사업에 참견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들었다"며 "이 사람들이 취직할 수 있도록 사표 처리해 준 주민대표위원회의 도덕성은 한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대표위원회 관계자는 "A씨 등은 10여 년간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않고 상근하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며 "일반 주민들을 경비로 보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고생한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사가 용역사를 통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채용하는데, 주민대표위원들 중 어렵게 살고 영업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들이 이번에 직을 그만두고 그쪽으로 가게 됐다"며 "주민대표는 모르겠지만 주민들을 쓰는 부분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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