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아닙니다."
방타 타악기앙상블(이하 방타) 방승주 대표는 요즘 이런 소리를 많이 듣는다. 단체의 줄임말이 ‘방타’이다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보이그룹을 따라 이름을 지은 것 아니냐는 농담을 받는다.
방 대표는 "뭐, 나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점이 많죠. 그들(방탄소년단) 때문에 우리의 이름도 쉽게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론 고맙다고 할까…"라며 겸연쩍은 듯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알고 보면 방타는 음악의 연장선상으로 봤을 때 엄연히 방탄소년단보다 선배다. 2006년 탄생한 이 단체는 2014년부터 안양에 위치한 평촌아트홀의 상주단체로 선정돼 꾸준히 활동 중이다.
방타는 또 하나의 오해를 받기도 한다. 느낌상 ‘난타’와 비슷한 형식 아니냐는 질문이다. 엄연히 다르다. 같은 ‘공연’이라 할 수 있지만 음악을 중심으로 한 연주회의 성격이 강하다. 연주 외의 요소들은 관객에게 더 가깝게 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난타는 그들이 말하는 대로 ‘넌버벌 퍼포먼스’입니다. 퍼포먼스인 거죠.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많은 방향성을 지금도 찾고 있지만 ‘타악을 연주한다’는 개념은 한결같습니다."
방 대표의 설명대로 방타에는 직접 작곡을 하는 단원도 있는가 하면, 편곡 또한 그들 스스로 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 음대생 전공자들로 이뤄졌기 때문에 합이 잘 맞는다.
처음부터 이들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니다. 시작 무렵에는 연주회 성격이 너무 짙어 애를 먹기도 했다. 소위 ‘클래식 타악 연주회’라는 선입견 때문에 무겁거나 어렵다는 이미지를 벗기 힘들었다. 점차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모니터링을 해 가며 스스로 방법을 찾아냈다. 연주회를 일종의 공연이라는 장치로 감싼 것이다.
방타의 공연을 가장 단순하게 분류하면 콘서트와 음악극, 버스킹(움직이는 리듬카페), 함께 배우는 타악기 한마당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콘서트의 경우 방타는 ‘방타씨의 멋진 하루’라는 작품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신입사원의 바쁜 하루를 타악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처럼 직장인의 일상에 사용되는 소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또한 악보에 따라 움직이는 콘서트다.
‘세계를 두드리다’는 해외 각국의 타악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삼바 등의 장르도 연주하며, ‘SCHOOL’은 학생들의 일과를 책걸상이나 청소도구, 농구공 등의 소품과 함께 타악으로 표현했다. 연주자들이 교복을 입어 극적이자 현실성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성인을 위한 작품도 내놓았다. ‘8 COLORFUL KEYS’라는 작품으로, 시한부 인생의 한 남자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드러낸다.
# 레퍼토리 진화는 끝이 없다
방타는 버스킹을 위해 악기도 개조했으며, 타악기 한마당은 관객 확보는 물론 타악의 대중화에도 한몫하고 있다.
"사실 타악기가 고가 장비이다 보니 접근성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방 대표의 마인드는 방타가 가진 레퍼토리들을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방타 단원 전체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10여 년 전 안양시 만안구의 한 빌딩 지하실에서 시작된 방타. 공연장 상주단체로서 그들의 꿈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를 위해 버스킹을 비롯한 오프라인 홍보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까지 방타의 이름을 널리 알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해외 진출도 해야죠. 이러한 모든 근간을 가능하게 하는 한 축이 공연장 상주단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하나하나 제대로 이뤄 나가겠습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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