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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크리스마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2018년 12월 25일 화요일 제10면

매년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씁쓸하다.

 며칠 전부터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도 잘 모를 법한 9살 아들이 보채기 시작했다. "산타할아버지는 진짜 있나요?", "선물은 무엇을 해 주실 건가요?", "어디로 놀러 갈 건가요?" 등등 자기가 하고 싶고, 받고 싶고, 궁금한 이야기를 며칠째 따라다니면서 질문을 하며 나를 귀찮게 하고 있다. 아빠인 내가 매일 직장일에 피곤한지도 모른 채 말이다. 한 번은 짜증을 확 부렸더니 곧장 삐쳐서 "아빠랑 말 안 해!"라며 엄마한테 가 버렸다. 못내 마음이 아파 조용히 불러서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며 그렇게 해 주겠노라 약속을 하면서 아들의 마음을 풀어줬다.

 그런데 문제는 막상 크리스마스 당일인 오늘도 아들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뒤로한 채 출근길에 올랐다. 아들은 "아빠, 오늘은 언제 퇴근해요?"라고 물었다. 나의 대답은 "회사에 가 봐야 알 것 같은데…"였다. 그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뒤통수가 왠지 따가웠다. 미안했다. 아들은 아빠에게 바라는 것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나는 그 바람을 제대로 한 번 쳐다봐 주지도, 약속을 지켜주지도 못하고 있다.

 가끔 우리 명절도 아닌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챙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 회의를 느끼곤 한다.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깊이 새기며 이날을 기리고 있다. 9살짜리 꼬마까지 말이다.

 그런데 왜 나에게는 이날이 이렇게도 씁쓸할까. 잘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스스로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여유가 없는 관계로 아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아빠, 가족과 함께 외식 한 번 못하는 가장,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 한 번 쳐다보지 못하는 자식 등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내리는 질책이 그 이유인 것 같다.

 크리스마스라는 날을 미워하기 전에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빨리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인 듯하다. 그러면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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