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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수필가
지난 11일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 300여 곳 등 원전 관련 회사가 밀집돼 있는 창원시의회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 폐기 결의안을 채택했다. 창원시의회는 민주당 21명, 정의당 2명, 한국당 21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촉구 결의안 투표에서 23명이 찬성해 가결시켰다. 여권 의원 2명이 당명을 거부한 이유는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산업 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 후에도 지역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그나마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지역경제를 붕괴시킬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창원시의회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에너지 정책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 결정할 수 있도록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해 달라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창원시의회가 시민의 생존권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반해 수원시의회는 관공서에 새마을기 대신 한반도기를 상시 게양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가결했다가 논란이 일자 문제의 조항을 삭제했다. 수원시의회 민주당 의원 20명은 제6조 국기 게양대 설치 지원 및 게양 방법 조항에서 게양대가 설치된 시설이나 기관에 국기, 수원시기, 해당기관의 기를 상시 게양할 수 있다(3항), 국기와 함께 게양하는 기의 종류를 수원시기와 한반도기를 원칙으로 한다(4항)는 2개 조항을 신설했다. 48년간 게양해온 새마을기를 내리고 한반도기를 올리는 결의안이 수원시민의 행복권 추구와 민생 현안 해결보다 더 시급한 사안이었을까.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22일, 한해(旱害)대책을 숙의하기 위해 소집된 지방장관회의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수재민 복구대책과 아울러 넓은 의미의 농촌 재건운동에 착수하기 위해 근면·자조·자립 정신을 바탕으로 제창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가꾸세. 서로서로 도와서 땀 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부자마을 만드세. 우리 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새 조국을 만드세. …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후렴)’

 동이 트면 동네마다 스피커를 통해 온 마을에 울려 퍼지던 노래다. 가사에서 보듯이 정치운동이 아닌 근면·자조·자립정신을 바탕으로 온 국민이 잘 살아 보자는 다짐의 노래다.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국가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새마을운동 지원 사업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달 포항에서 열린 한-러 지방협력포럼과 경북 경제인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이철우 경상북도 도지사와의 단독면담 자리에서 지역 현안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캄보디아와 같은 해외 새마을 사업은 어떻게 돼 가냐고 묻자 이 지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 정부 지원의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은 대부분 중단됐고 도 차원의 자체 추진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새마을 이름도 바꾸지 말고 새마을 해외사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도 관계자는 밝혔다.

 경상북도는 KOICA와 MOU를 통해 2010년 2018년까지 총 449명의 봉사단을 해외에 파견했다. 경북도와 23개 시군은 지금까지 15개국 50개 새마을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봉사단 1천310명을 파견한데 이어 외국인 지도자 5천979명을 연수시켰다. 또 인도네시아, 세네갈, 베트남, 키르키스스탄 등 4개국에 새마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역사적인 새마을기보다 더 소중하다고 주장하는 한반도기의 정체는 무엇인가. KOREA를 상징하는 한반도기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모양의 깃발이다. 1989년 12월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제6차 남북체육회담’에서 한반도기의 사용을 최초로 공식 합의했다.

 그 후 한반도기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국제 운동경기 등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거나 공동으로 입장을 할 때 단기(團旗)로, 공동 응원이나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공동의 행사 등에 태극기와 인공기 대신 행사용 깃발로 사용돼 왔다. 이런 의미를 내포하는 한반도기를 평상시에 관공서에 게양하자며 시 조례까지 제정한 수원시의회의 저의는 무엇인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있다. 과거 정권의 업적을 무조건 적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은 배워 국가발전과 국제 외교관계에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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