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대책 없는 ‘지하도상가관리 운영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감사원에서 상위법 위반이라고 지적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지만 지하상가 상인들은 1인당 수천만∼수억 원의 권리금을 잃게 생겼다. 상인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24일 시와 상인 등에 따르면 시는 내년 1월 시민협의회, 2월 공청회, 3월 시의회 상정 등을 거쳐 조례 개정을 밀어 붙일 방침이다. 감사원은 지하상가 매매·전대 등을 허용한 시 조례가 상위법 위반이라며 오는 28일까지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남춘 시장은 지난달 "시민안전과 공유재산 관리에 문제가 있어 조례 개정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역 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고, 영업권을 보장된 권리로 이해하고 행사해온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시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인천 전체 지하상가 권리금이 약 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평 지하상가 상인 A(65)씨는 1998년 점포를 권리금 3억1천만 원을 주고 사들였다. 20년 간 임대료를 내면서 장사해 점포 1칸을 마련했다. B(68)씨는 2015년 2억8천만 원을 주고 점포를 인수했다. 지하상가 청소를 하며 모은 돈으로 점포를 마련했다. A·B씨는 시 조례 개정으로 노년에 전 재산을 잃어버릴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다른 상인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지역 지하상가는 15곳으로 시 직영 2곳을 빼면 민간이 위탁 관리하는 점포는 13곳이다. 점포는 3천여 개에 달한다.

시는 2002년부터 재정 투입 없이 지하상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임차권 양도와 전대를 허용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공유재산의 개인 매매금지를 규정한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을 위반하는 내용이 있어 2007년부터 정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인천 지하상가 상인들은 조례 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고, 부득이하게 개정해야 한다면 권리금 등을 배상해달라는 입장이다. 인천은 서울과 달리, 지하상가 상인들이 지하상가 환경 개·보수를 위해 813억 원을 투자했고, 조례로 권리금을 인정해 상인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상위법을 위반하고 절차상 하자가 있어 조례 개정은 해야 한다"며 "상인들의 재산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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