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이주가정 자녀인 A(10·가명)군은 평소 집에서 머무는 시간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부모가 생업을 위해 주말에도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많아서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온 뒤로는 부모의 품보다 또래 친구들이나 센터 복지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익숙해졌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연말에도 평소처럼 소소하게 시간이 지나갈 것만 같았다.

# 저소득가정 자녀인 다현(10·가명)양도 집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갖고 싶은 선물이 있었지만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TV나 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산타는 오히려 다현 양과 같은 아이들에게는 꿈같이 먼 얘기였다.

▲ ‘2018 초록우산 인천 산타원정대 선물 전달식’이 열린 1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나눔 산타들이 아이들에게 직접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 주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제공>
▲ ‘2018 초록우산 인천 산타원정대 선물 전달식’이 열린 1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나눔 산타들이 아이들에게 직접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 주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제공>
그랬던 아이들에게 산타가 찾아왔다. 평소 이들이 갖고 싶었던 로봇 장난감과 책, 담요 등 크리스마스 선물을 잔뜩 손에 들고 아이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이 산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를 통해 나눔 산타가 되기를 자처한 일반 시민들이다.

본부는 연말에 특히 소외되기 쉬운 지역 아동을 위해 ‘2018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캠페인’을 마련했다. 500여 명의 아이들에게 평소 받고 싶었던 선물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성금을 모으고 있다. 곳곳에서 나눔 산타 가입이 이어진 덕분에 본부는 지난 15일 나눔 산타들과 아이들이 직접 만나 선물을 주고받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A군과 다현 양을 비롯한 쉐마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 13명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장소인 송도컨벤시아로 향하는 길에는 마침 눈이 내렸다. 정말로 산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려는 듯한 날씨였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은 그동안 구경하기 어려웠던 마술쇼와 청소년 댄스팀 공연 등을 마음껏 즐기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나눔 산타는 초록색 산타 복장을, 아이들은 빨간색 산타 복장을 한 채였다.

행사장 한쪽에는 트리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선물상자가 가득 놓여 있었다. 꼭 한 번 먹어 보고 싶었던 특정 브랜드 초콜릿, 액체괴물 장난감, 인기 로봇과 인형 등 마음속으로만 꿈꾸던 선물을 실제로 받게 된 아이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행사가 끝난 후 지역아동센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군의 어머니를 비롯한 이주여성들이 서툰 한국어로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적은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쉐마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최근 센터 인근에 러시아 등지에서 와 정착하는 다문화가정이 많아졌는데, 부모들이 바쁘게 일하다 보니 아이들은 연말에도 이런 기회를 갖기가 사실 어려운 편"이라며 "한국에 와서 산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등 좋은 기억을 갖게 돼 다행이고,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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