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86조 제1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헌법 제86조 제2항).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87조 제1항).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헌법 제87조 제3항).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의회의 동의를 얻어 이사장(시장)이 임명한다(용인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7조 제3항/정관 제8조 제1항). 대표이사는 재단을 대표해 업무를 통할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정관 제8조 제2항).

 뜬금없다. 권력서열 2인자인 국무총리와 한낱 용인시 산하기관에 불과한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다. 권한과 의무를 논하자면 천양지차지만 적어도 현행법상 대의기관인 국회와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는 점만 본다면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2010년 12월 용인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제정될 당시 집행부 (안)에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라는 문구가 없었다. 시의회가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시의회 동의’를 강력 요청했고, 마뜩잖았지만 시장 공약사항인 재단 설립 자체가 무산 또는 연기될 것을 우려한 집행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일종의 ‘독소조항’으로 남았다.

 시의회 입장에서야 ‘임명동의’라는 ‘불로소득’을 움켜쥔 것이어서 반길 일인지 모르겠으나 집행부로서는 난처하다. 사실상 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사권을 의회가 쥐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조항 때문에 재단 출범 당시 이사회에서 지명했던 상임이사(현재 대표이사)가 시의회 동의를 받지 못해 낙마한 사례도 있었다.

 여타 산하기관장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용인도시공사, 용인시청소년미래재단,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 등 3개 공공기관장은 강제성이 없는 시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거치지만 유독 문화재단 대표이사만 임명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심지어 용인시 권력서열 3위인 제2부시장도 시의회에서 관여할 부분이 없는데 말이다.

 차제에 집행부와 시의회가 ‘내 것’과 ‘네 것’을 엄격히 구분해 조례 개정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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