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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현 전 SK네트웍스 중국사장
#한국의 정치와 경제 수준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해 1948년 독립 당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 오랜 기간 쿠데타와 혁명의 혼란을 거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정치적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정치적 민주화가 발전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아직도 명문가 출신의 정치인 2세가 자연스럽게 2세 승계를 이뤄 정치 신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현재 수상인 아베 신조(2012~ 총리 재임 중) 역시 기시 노부스케(1957~1960 총리 재임)의 외손자로 할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으로 일찍부터 정치인의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아베 총리 이후의 차기 총리로 크게 부상하는 고이즈미 신지로는 1981년생의 어린 정치신인이지만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2001~2006)의 정치적 유산을 승계하는 등 사실상 세습 권력의 구태를 탈피하지 못하는 등 정치 민주화에서는 한국과 같은 완전 경쟁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적지 않은 일본의 지식인들은 부러운 눈초리로 한국의 순조로운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것 역시 한국 정치의 현주소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도 2018년 한국의 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 돌파가 확실시 돼 아시아의 경제 챔피언 국가인 일본의 3만5천 달러 수준에 근접했고 실질물가지수를 감안한 PPP기준으로는 4만5천 달러로 일본을 근소하게 앞서는 등 정치, 경제적으로 아시아의 리딩 국가에 올라서고 있다.

#정치·경제 발전의 뒤안길

 이 같은 세계가 놀라는 정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우리는 배고픔의 고통은 거의 해결했고 국민의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조차 누리지 못하는 고층아파트에서 거주하는 풍요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일찍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받아 왔으나 이러한 과정에서 예의와 여유를 많이 잊고 사는 현주소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지하철,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노인이 손자뻘 되는 젊은이에게 폭행당하는 뉴스는 이미 흔한 사건이 됐는데 바삐 성장하는 과정에서 격식을 배제하는 효율 중시 문화의 아픈 현주소이다.

#한국 경제인들의 풍류와 유머

 한국은 전통적으로 풍류를 즐겼고 풍류의 본질은 시대상에 대한 적절한 유머와 해학이 핵심이다. 한국의 초기 창업한 경제개발 1세대 기업가들은 재계에서 리더십과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적 기업가의 상징으로 전경련 회장으로 선출되는 것은 가장 큰 명예였고 이때만 되면 모든 기자를 포함한 많은 언론인들이 새로 취임한 전경련 회장에게 시사 관련 풍자를 부탁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 과정에서 SK그룹의 최종현 회장은 1993년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을 10% 수준으로 감축해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철폐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는데 이 부분이 정부 고위층의 심기를 어지럽혔는지 이후 개인적으로 큰 곤욕을 치른 기억이 있다.

 또한 지금도 자주 거론되는 비유이지만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당시 부상하는 신흥시장인 중국에서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는 발언을 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분노를 산 이후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은 일체 하지 않으며 활동범위를 기업 내부 활동에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머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며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자신을 주장하는 과정으로 경제계의 리더들이 정치권의 분노에 침묵하는 것은 물론 전경련 회장 등 불필요한 직함을 꺼려하는 계기가 됐고 어느새 전경련은 한국 대표 대기업 연합회에서 지금은 대표적 대기업들이 연쇄 탈퇴해 명맥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 경제 유머 회복을 위한 한국의 과제

 최근에는 기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개혁 노력을 4류가 2류를 개혁하는 불합리라는 유머가 아직도 성행하는 것을 보면 정치권의 경제계를 보는 시각이 아직도 선진국에 걸맞지 않는 구태를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경제계를 대표하는 리더는 존재하지 않은지 오래이며 경제 리더의 날카로운 사회에 대한 풍자와 유머는 들어본 지 역시 오래이다. 아직도 경제인들의 상인정신에는 정치계에 대한 쓸데없는 언급은 득보다는 매우 실이 크다는 생각이 머리에 각인돼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에 대한 유머 형태의 건강한 비판은 사회의 일방독주를 견제하는 사회 안전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데 사회 균형의 한 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절름발이의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정치, 경제의 선진국에 걸맞은 풍자와 유머가 필요한 우리의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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