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의 조사실이 복덕방으로 전락했다.

 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는 얼마 전 서울고법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긴급체포돼 조사받던 도중 검사가 피고(부동산 매매계약 당사자)들을 들여보냈는데 피고들이 매매계약서를 가져와서 ‘권 사장님이 부동산을 가지고 있어 봐야 소용없는 상황이니 계약하자’고 했다. 변호사 선임비도 필요했고,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추스를 필요도 있었기에 계약서를 검토할 시간도 없이 제대로 값어치를 따지지도 않고 수갑을 찬 채 날인을 해줬다."

 해당 증언은 얼마 전 서울고법 제4민사부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한 B씨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판결문에 적시한 내용이다.

 B씨는 A씨가 살해한 C씨의 어머니다. A씨가 C씨에게 지급해야 할 돈과 살인에 대한 피해보상금을 요청하기 위해 A씨의 부동산을 사들인 부동산 매매계약 당사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4년 전 검찰 조사실에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으로 A씨의 알짜배기 땅은 제3자에게 넘어갔고, 아들을 잃은 어미는 아직도 제대로 된 피해 회복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A씨의 땅은 공시지가로는 7억 원, 시세로는 15억여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A씨가 구속된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서에는 4억5천여만 원이 명시돼 있었다. 13억 원 상당의 땅이 ⅓ 정도의 헐값에 넘어간 것이다. 또 A씨가 나중에 보니 당시 계약서에 명시돼 있던 부동산 외에 추가로 두 건이 매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담당 검사는 부동산 매매계약을 머뭇거리는 A씨에게 "뭐 하느냐 빨리 하지 않고"라며 "여기가 부동산 사무실인 줄 아냐"며 호통을 쳤다고 한다.

 정황을 보면 당시 담당 검사도 매매계약을 탐탁해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내키지 않았던, 통상적인 검찰 조사에서 이뤄질 수 없는 행위를 해당 검사는 왜 해야만 했을까. 그 배경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피해자 어미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길이 아닐까. <이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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