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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호<과천소방서장>
마이클 레빈이 쓴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따르면 고객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소한 허점이 바로 비즈니스의 무덤이 될 수 있다. 고객은 단 한 번일지라도 기대를 저버리는 서비스를 받으면 이탈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에는 기업을 쓰러뜨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고객은 99%를 만족하더라도 1%의 사소한 불만 때문에 냉정하게 떠나버린다. 수학에서는 100-1=99라는 등식이 성립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100-1=0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즉 1%의 고객 불만이 100%의 실패를 가져온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단 한 번의 불쾌한 경험,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매장 벽의 벗겨진 페인트 칠 등 기업의 사소한 실수가 결국은 기업을 쓰러뜨린다는 이론이다. 언뜻 보기에는 하찮은 것, 작고 사소한 것,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들은 이를 인식해 그것 때문에 해당 기업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최근 강릉펜션 가스누출 사고, 삼성동 대종빌딩 붕괴우려, 강릉선 KTX탈선, 고양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 수원 골든프라자 상가 화재, 종로 고시원 화재 등 재난사고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강릉펜션 가스누출사고는 보일러 배관이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 경보기도 없었으며, 보일러 급기관에 벌집도 발견됐다.

6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수원골든프라자 상가 화재는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도록 조작된 상태였고, 스프링클러 소화수도 장시간 나오지 않는 상태 등 소방법 위반이 무더기 적발됐다. 또한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자가 발생한 종로 국일 고시원 화재는 2015년 서울시가 지원하는 스프링클러 무료 설치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건물주가 설치에 동의하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정상 시의 지원을 받게 될 경우 고시원은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대형재난사고 원인에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건 발생 후 관련회사와 기관, 소유자들은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으며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다. 강릉KTX 탈선사고와 백석역 배관 파열사고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해 코레일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재난사고 발생 후 항상 따라오는 화두는 안전불감증이다. 안전불감증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에 둔감해지거나 익숙해져 사고에 대한 경계심이나 위험의식을 잃는 현상’이다. 각종 사고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설마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라는 생각에 경계심을 잃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과천소방서는 화재안전 특별조사, 재난취약 대상 현장 컨설팅, 취약대상 소방특별조사, 화재위험 3대 겨울용품(전기히터 장판, 전기열선, 화목보일러) 안전사용, 차량용 및 주방용 (K급)소화기 비치, 119다매체 신고 서비스, 비상구 폐쇄 및 물건 적치 금지, 경량 칸막이 이용 피난 홍보, 공동주택 소방차 전용구역 확보, 소방차 길 터주기 대국민 훈련 등 소방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콩나물에 물을 부으면 술술 다 빠져나가지만 콩나물은 쑥쑥 자라는 것처럼 ‘불내면 쪽박, 예방하면 대박 행복’ 화재안전의식 개선 운동 전개 및 다문화 가족, 어린이, 어르신 등 피난약자에 대한 소방안전교육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이클 레빈은 "작은 것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는 태도를 강박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조언처럼 대형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사소한 것, 하찮은 것에 관심과 주의, 확인점검이 몸에 습관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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