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은 외국인 해결사가 없다. 사이먼 히르슈는 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시즌 직전 팀을 스스로 떠났다. 대체 선수 아르템 수쉬코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시즌 중 외국인 선수를 한 번 더 교체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요청도 거절당했다. 한국전력은 토종 선수들만으로 남은 시즌을 치러야 한다.

▲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지난 18일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경기에서 한국전력 서재덕(오른쪽)이 공격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날 값진 1승을 따냈지만 이후 다시 연패에 빠졌다./연합뉴스
▲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지난 18일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의 경기에서 한국전력 서재덕(오른쪽)이 공격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날 값진 1승을 따냈지만 이후 다시 연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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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공격수에게 기대는 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라지만 외국인 주포가 없을 때의 한계는 분명하다. 그래서 한국전력은 코트에서 5세트가 끝날 때까지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은 지난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선두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22-25 25-14 24-26 25-19 15-8)으로 패했다. 대한항공이 한국전력보다 20개나 많은 38개의 범실을 남발하고도 서브에이스 12-0의 압도적인 우세로 승리를 따냈다.

한국전력에 혼쭐 난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작전시간 때 선수들에게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저조한 플레이를 질타하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렸던 대한항공은 4세트를 잡은 뒤 5세트 결정적인 상황에서 서브에이스 4개를 퍼붓고 한국전력의 백기를 받아냈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서 시즌 두 번째 승리이자 첫 승점 3 승리(세트스코어 3-0, 3-1 승리)를 눈앞에 뒀던 한국전력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최하위 한국전력은 개막 이후 고작 1승만 따낸 상황에서 이날 대한항공과의 4라운드도 첫판도 풀세트로 치렀다. 시즌 7번째 풀세트 경기를 치른 한국전력은 6번을 지고 한 번 이겼다. 18일 KB손해보험을 제물로 감격스러운 첫 승리를 따냈을 때도 풀세트 접전이었다.

서재덕, 최홍석, 김인혁 토종 삼총사가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 분발하고 있지만 ‘한 방’으로 분위기를 뒤집을 외국인 공격수가 없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 두 번씩,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에 한 번씩 모두 6번의 풀세트 접전으로 강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결국 최후에 웃지 못했다.

한국전력의 7차례 풀세트 접전을 재구성해 볼 때 남은 17경기에서 추가 승리와 함께 승점 3 승리를 따내려면 무조건 1세트를 잡아야 한다.

한국전력은 KB손보를 5세트에서 물리쳤을 때 1·3세트를 따냈다. 세트마다 서브 리시브에 따라 크게 요동치는 경기, 외국인 선수의 부재로 세트를 치를수록 떨어지는 토종 선수들의 체력과 분위기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없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어떻게든 1세트를 잡아야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4세트에서 기사회생해 승부를 5세트까지 몰고 가더라도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지난 4번의 풀세트 패배에서 드러났다. 또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경기에서 4세트를 내주면 분위기 싸움에서 5세트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도 2번의 풀세트 패배에서 배웠다.

전력 열세인 한국전력은 그러나 투혼의 배구로 상대 팀을 끝까지 괴롭히고 있다.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팀이라는 것을 조금씩 증명해 내고 있다. 선수단의 의지가 시즌 끝까지 이어가려면 승점 3 승리로 흐름을 바꿔야만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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