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군에 신천지 박물관 건립과 관련된 민원(편지)봉투 2만여 개가 지난 24일 한꺼번에 택배로 접수돼 행정이 마비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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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군에 따르면 각 부서별 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동원돼 봉투를 하나하나 뜯어 내용물을 분류하고 입력하면서 이날부터 현재까지 본연의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 봉투는 한국교계가 대표적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관광지로 유명한 청평면에 올해 2월 신천지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데 격분한 것으로 보인다.

민원봉투는 민원 관련 부서 수취인이 명확지 않게 가평군청, 가평군수 앞으로 도착했으며, 겉봉투에 기재된 발신자는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똑같은 사람이 10개 이상의 봉투를 발송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당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속지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편지 내용은 "신천지 박물관 건립을 허락해 달라"는 글로 하나같이 같았다. 특히 발송자 대부분은 학생들로 보이며, 한 사람이 같은 내용을 여러 장 복사해 보내기도 했다.

계속되고 있는 민원봉투 분류 작업에 허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원들은 "똑같은 내용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면 이는 고의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상적인 업무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군청을 방문한 한 민원인은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보다는 며칠간 봉투 분류 작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을 보니 이런 짓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해도 너무하다"며 "고의적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군에 인허가가 접수된 신천지 박물관 건립은 1차 보완요청 상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천지가 지난 2월 청평면 소재 옛 제사(製絲) 공장부지 2만1천720㎡를 구입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천지반대투쟁범시민연대를 비롯해 가평군기독교연합회·천주교 소속 교인·신도들이 강하게 반발·성토하고 있는 상태다.

가평=엄건섭 기자 gsui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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