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양주목은 수도 한양의 동북쪽 관문으로 현재 양주, 동두천, 의정부, 구리, 남양주, 서울시 노원구·강북구·중랑구·도봉구 일대를 포함하는 상당히 큰 고을이었다.

 양주향교는 그 큰 고을의 유일한 향교다. 1983년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2호로 지정됐으며, 전통과 선비문화의 전당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에서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관학 교육기관이다. 공자를 위시한 성현에 대한 제사와 학문 연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운영됐으며, 사회교육과 교화 차원에서도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본보는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이 시대에 전통의 명맥과 가치를 전승하고 있는 양주향교에 대해 알아본다.

14.jpg
▲ 양주향교 추기 석전대제 행사.
# 양주향교의 역사, 선비 융합을 품다

 양주향교는 조선 태종 원년인 1401년에 창건됐으나 어디에 세워졌는지 기록이 없다. 현재 위치(양주시 부흥로 1423번길 50)에는 중종 원년(1506년)에 양주목 관아가 고읍동에서 옮기면서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선조 25년(1592년)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광해군 1년(1601년)에 재건했고, 한국전쟁(1950년)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958년 유림들의 주선으로 제향공간인 대성전만 다시 복원했다. 1984년 학문을 연구하는 공간인 명륜당만 복원하고 동재와 서재는 복원하지 못했다.

 양주향교는 앞쪽에 학업용 건물을, 뒤쪽에 묘당을 두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공간 배치를 하고 있다. 대성전에는 5성(五聖, 공자·안자·증자·자사·맹자)과 송조2현(宋朝二賢, 주자·정자), 그리고 최치원, 정몽주 등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양주향교는 1983년 9월 19일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2호로 지정됐다. 현재는 옛 고유의 기능을 살려 인성교육, 전통교육, 선비문화 체험 장소로 활용되고 이다.

14-3.jpg
▲ 다도·다식 문화를 체험하고 있는 청소년들. <양주향교 제공>
# 향교에서 하는 일, 옛 성인들의 뜻을 받들다

 향교에서 하는 일을 향사라고 부른다. 매년 각 시기별로 석전, 분향례, 고유례를 치른다.

 석전은 석전대제(釋奠大祭)라 해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서 매년 음력 2월과 8월 공자를 비롯한 옛 성인들의 학덕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낸다. 영신례, 전폐례, 초헌례, 공악, 아헌례, 종헌례, 음복례, 철변두, 송신례, 망료의 순서로 진행된다.

 석전대제는 국가적인 행사로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데, 문묘제례악이 연주되고 춤이 곁들여지는 종합예술적 성격을 띠고 있다.

 분향례(焚香禮)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지역 선비들이 모여 옛 현인들에게 분향하는 행사다. 양주향교는 분항례 이후 참여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고유례(告由禮)는 ‘까닭을 고한다’는 뜻으로 개인이나 조정에서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사당 또는 종묘에 제사를 올리면서 까닭을 밝힌 데서 유래했다.

 양주향교는 각급 기관장이나 향교에서 성균관 임원으로 임병을 받은 때와 주요 행사 때 향을 올리고 축문을 고하는 의례를 실행하고 있다.

 # 전통의례의 명맥을 계승하는 양주향교

 양주향교는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전통의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5월 중 진행하는 성년례(成年禮)는 전통시대 남자는 관례, 여자는 계례라 해 성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우는 의식이었다. 전통혼례(실혼)와 함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의식이다.

 회혼례(回婚禮)는 해로하는 부부가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의식으로, 회근례라고도 부른다. 늙은 부부가 혼례의 복장을 갖추고 혼례의식을 재연한다.

 기로연(耆老宴)은 조선시대 춘(음력 3월 3일), 추(중앙절, 9월 9일)에 행해졌다. 대상자는 중앙은 종친으로서 2품 이상인 문관이었고, 지방에서는 고을 목사와 학문·덕행이 높은 퇴직 관료를 초빙했다. 청려장을 주고, 음식을 대접하고, 잔치를 베풀었다. 청려장을 주는 것은 연로해 거동이 불편해도 청려장을 짚고라도 나와 협조해 달라는 의미다.

 다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헌다례(獻茶禮)는 성현·현인들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존경의 표현으로 차를 올리는 의식이다. 양주향교는 다도를 통해 이와 같은 존경의 표현을 배우고 있다.

 

14-1.jpg
▲ 양주향교 전경.
#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공간

 600년 양주목의 역사와 함께 한 양주향교는 자운서원, 노강서원과 협업해 다문화, 청소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기도 인근의 유교문화유적지를 탐방한다. 군자의 육례를 몸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양주향교에서 군자의 예를 선비문화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또 조선 중기 유학자인 율곡 이이 선생의 유적인 자운서원과 화석정,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을 체험한다. 융합의 아이콘인 이이와 정약용의 삶을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앞으로의 삶을 다짐할 수 있다.

 양주향교는 365일 열린 향교를 표방한다. 유교문화해설사와 함께 하는 향교 탐방, 선비 체험, 향교에서 놀아요, 선비차와 함께 석전 전야 음악회, 전시회, 전통관례 등 6대 사업을 통해 전인적 선비(군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선비문화 체험을 통한 인성함양교육인 양주골 선비학당, 전통놀이를 겸한 인성교육,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우는 전통 성년식 등을 통해 예스럽고 조화로운 미래를 지향한다.

 이을규 전교는 "양주향교는 역사·문화·예술·관광산업의 콘텐츠를 활용해 정착·발전해 왔다. 하지만 성균관이나 문화재청, 경기도 보조 공모사업만으로는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내년부터는 향교 터를 활용해 지역주민 고용 창출과 내방객의 볼거리 및 체험을 위한 덩굴식물단지를 조성하는 등 체험학습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주=전정훈 기자 jjhun@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