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9시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Sh수협은행 주안지점. 시민들이 은행 문이 열리자 고금리 적금 가입 번호표를 받고 있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 27일 오전 미추홀구 주안동 Sh수협은행 주안지점 자동화기기 코너 안. 개점 전부터 고금리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세밑 한파도 고금리 적금 가입 열풍을 막지 못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20℃에 육박한 날씨에도 개점 전부터 은행 앞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7일 오전 8시 30분 인천시 미추홀구 Sh수협 주안지점. 일면식도 없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자동입출금기가 놓여진 협소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시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세밑 한파에 패딩 점퍼와 마스크, 장갑 등으로 무장하고 추위와 사투 중이었다. 어색한 분위기와 강추위 속에 시민들은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며 은행 문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저금리 시대를 살고 있는 시민들 사이에 때 아닌 ‘대기표 쟁탈전’이 벌어졌다. 대기번호 10번 안에 들지 못하면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수협은행(수협)이 내놓은 최고 연이자 5.5%의 ‘고금리 아동 적금상품(만 6세 미만 자녀 명의로 개설)’이 오는 31일 판매가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만 6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구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데, 이 수당을 그대로 적금으로 전환하는 상품을 수협이 내놓았다. 수협은 이 상품의 연이자율을 5.5%대로 정했다. 9∼11월은 가입 제한이 없었으나 출시와 함께 가입이 급증하면서 12월은 지점별 1일 10명으로 제한했다.

이날 A(39)씨는 가입 마지노선인 ‘대기번호 10번’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연차까지 쓰고 평소 출근시간보다 빠른 새벽 5시에 집을 나섰지만 은행 앞에 이미 대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새벽 5시 40분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있어 불안했는데 다행"이라며 "밖에서 추위에 떨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자동화기기 창구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반면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B(35)씨는 챙겨온 서류 뭉치를 들고 차 문을 열자마자 대기줄에 혀를 내둘렀다. B씨는 "올 겨울 가장 추운 날 중 하나라고 뉴스에 나와 대기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다시 차에 올랐다.

새벽 2시부터 은행 앞에 줄을 선 시민도 있었다.

수협 관계자는 "고객들이 새벽에 도착해 차 안에서 대기하다가 오전 7시 자동화기기 코너가 열리면 그 안에서 대기한다"며 "가장 빨리 오시는 분들은 새벽 2시부터 오신다"고 말했다.

한편, 젊은 부모들은 받는 수당을 적금으로 불려 미래 학자금 등 목돈으로 쓰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올해 남은 은행 영업일은 단 이틀뿐이다.

장원석 인턴기자 ston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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