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준비했다. 다른 지자체는 후발주자다. 수원시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을 때부터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면서 절실히 꿈을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땀을 흘려왔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염태영 수원시장은 2010년 민선 5기 취임 당시부터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조성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가 건설비 110억 원을 지원하는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노선’ 공모사업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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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트램 도입 조감도. <수원시 제공>
# 트램 도입을 향한 수원시의 열망

 수원시는 염 시장이 취임한 첫해인 2010년 7월 27일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2011년 3월 7일 사전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에 착수했다. 단연 이 사업의 핵심은 ‘트램’이다.

 이를 위해 2014년 2월 조직 개편을 단행해 트램 추진을 전담할 ‘도시철도팀’을 신설했다. 시가 트램 도입을 선택한 것은 도시교통을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염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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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수원시 염태영 시장이 스페인에 트램 벤치마킹 방문했을 당시 탑승장면.
 트램은 움직이는 전동차로 배터리로 움직여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독일 등 세계 50개국의 400여 도시에서 이미 도입할 만큼 각광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도시교통 정책은 ‘어떻게 하면 자동차가 더 빠르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까’에 방점을 맞췄다. 이에 차량 통행량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지하차도나 고가차도 등 도로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교통정책을 수립했다.

 염 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길이 막힌다고 무작정 도로를 넓히거나 새로운 도로를 짓는 건설 행정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구 125만의 수원시처럼 원도심이 지역 한복판에 위치해 있고, 과밀화된 도심지역에서 만성적인 도시교통 문제가 발생하는 도시지역은 기존의 방식대로 교통대책을 마련하려면 토지 보상과 도로 건설 등으로 천문학적 혈세가 수반돼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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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트램. <수원시 제공>
 이에 염 시장은 수원의 경제와 문화, 산업의 중심지였다가 쇠퇴를 맞은 원도심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을 도입해 제2의 중흥기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염 시장이 고민 끝에 찾은 해법은 바로 유럽이나 일본의 주요 도시에서 상용화된 ‘트램’이었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미흡해 트램 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시는 즉각 제도 정비에 나섰다. 시는 2015년 3월 노면전차 조기 도입을 위한 전국 자치단체 토론회도 열었으며 2015년 5월 국토교통부 노면전차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에도 참여했다.

 같은 해 7월 수원경실련과 트램 정책포럼을 열고 세 달 뒤인 10월엔 시민계획단 원탁토론회도 진행했다. 이외에도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주관 트램 도입을 위한 법령 개정 TF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6년 3월 도시철도법이 개정된 데 이어 이듬해 1월 철도안전법 개정, 올 3월 도로교통법까지 트램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됐던 소위 말하는 ‘트램 3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 수원시의 ‘트램 마스터플랜’

 시는 수원역에서 화성행궁과 장안문, 수원kt위즈파크를 거쳐 장안구청까지 총 6㎞ 구간에 ‘무가선 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총사업비 1천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트램 조성은 국비와 지방비 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2013년 11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트램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버스노선 개편방안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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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뮐루즈에서 운행되는 트램.
 특히 시는 성공적으로 트램을 정착시키려면 효율적인 교통환경을 조성하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2013년 ‘차 없는 마을’이라는 새로운 교통혁명을 실험해봤던 염 시장은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트램이 최적화된 도로환경에서 다닐 수 있도록 ‘대중교통 전용지구’를 도입키로 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는 버스나 트램 같은 대중교통 수단과 보행자만 통행 가능한 도로 구간을 말한다. 노면전차가 도시의 주요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돼온 유럽의 도시에서는 궤도형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매우 일반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는 수원역∼매산로∼교동사거리∼정조로∼장안문으로 연결되는 3.4㎞ 구간에 204억8천100만 원을 들여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을 구상 중이다.

 사통팔달 철도망을 잇는 교통 여건이 조성돼 있는 점도 수원시 트램 도입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트램 기점인 수원역에서 경부선(KTX, 일반철도, 전철 1호선), 분당선, 수인선과 연결되고 중간 정거장인 수성중사거리에서는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구간과 이어진다.

 수원kt위즈파크 정차역 역시 인덕원에서 동탄까지 연결되는 신수원선과도 맞닿아 있어 트램 이용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시는 내년에 트램 민자사업자 제안서를 공모해 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020년 실무협상 및 실시계획 인가와 공사에 착수해 2022년 개통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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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공모를 응원하는 수원시의회의 관계자들. <수원시 제공>
 이를 위해 시는 이달 14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에 ‘무가선 저상 트램 실증노선 선정 공모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철도연은 내년 1월 지자체 1곳을 최종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복선 1㎞ 노선에 110억 원을 지원한다. 그 외 초과비용은 유치기관 부담이다. 시는 국고 지원을 통해 사업비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에 공모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용학 수원시 도시교통과장은 "8년간 트램 도입을 위한 추진 과정을 거쳐오면서 전국 지자체 가운데 ‘트램’을 생각하면 수원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트램 전문가 도시’가 됐다고 자부한다"며 "시가 정부의 트램 실증노선 공모사업에 선정된다면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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