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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 역시 다사다난했다.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 것은 벅찬 감동이었지만, 민생경제가 좋지 않아 특히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도 서로 다름을 인정 못하고 상대방이 틀렸다 하며 무의미한 진영 싸움이 이어졌다. 여당과 야당이 그랬고, 진보와 보수, 심지어 페미니즘을 둘러싼 여성과 남성 진영의 다툼도 있었다. 연말이지만 구세군 자선냄비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예년보다 훨씬 줄었다고 한다.

 그 어느 해보다 올 연말에는 ‘포용’이란 말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포용(包容)이란 남을 아량 있고 너그럽게 감싸 받아들인다는 뜻인데, 이 말이 우리 사회만큼 필요한 곳이 있을까? 그만큼 우리 사회는 진영이 다르면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고, 강자가 약자를 포용하지 못하며 약자는 강자를 적대시 해왔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넘었다고 하지만, 이래서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고 국민들이 행복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쉽게 풀어보자면 사회경제적 강자가 약자들을 포용해 모두가 행복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용국가 건설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제창한다. 포용적 성장은 국민 모두가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아래에서의 경제성장이 부유층에 편중된 혜택을 가져다 줬다고 평가하며, 분배 강화를 통한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에 있어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가지 축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올 한 해 특히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올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경기가 악화되고 일자리 증가 폭이 줄어들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고조된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경기악화의 배경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정부도 하소연을 하고 싶을 것이다. 경기 악화 원인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만 찾아서는 안 되고, 오히려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와 해외경제의 악화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또한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의 유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도 강변하고 싶을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는 혁신성장 노선을 강화하고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진보진영에서 들고 일어났다. 그러한 정책들이 기존 보수정권에서의 그것들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정책의 후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이러한 비판에 정부도 참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그동안 포용이 통용되지 못했던 우리 사회가 겪어내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포용적 성장을 향한 진통을 이겨내고 내년도 우리 경제에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만들도록 정부가 분발하길 기대한다.

 한편 시야를 해외로 넓혀 보더라도 역시 올해에 포용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미국과 중국은 3차례의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다. 무역전쟁은 패권 싸움으로 확전됐는데 거기에는 포용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전 미중 정상이 회담을 갖고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미중 양강은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불포용 자세를 견지해 왔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보더라도 미국은 관세보복이나 방위비분담 등 끊임없이 압박을 가해 왔고, 중국 역시 사드보복에서 보듯이 정치를 경제문제로 비화시키며 집요한 보복을 감행했다.

 이렇게 우리는 강대국이 지녀야 할 ‘포용적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포용적 세계화’의 중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다포스포럼에서 자유무역과 자본이동으로 인해 발생한 부의 쏠림현상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포용적 세계화가 제시됐고,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이에 대한 지지가 늘고 있다.

 기해년 새해가 밝아온다. 우리는 행복한 새해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포용’이 흐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세계로 확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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