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도 정신을 못차리며 뭉기적대던 국회가 다시 2년 만에 하청업체 직원인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결국 관련법을 정비했다. 이번 개정안은 위험성·유해성이 높은 작업의 사내도급 및 재하청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 보호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망 사고 발생 시 원·하청 사업주를 가중처벌하고, 법인에 부과하는 벌금 상한선을 현행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는 등 사업주의 책임도 강화했다. 비록 개정안을 견인한 김용균 씨와 구의역 사고의 김 군이 수행한 작업들은 이번 도급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보건을 강화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실로 크다 하겠다.

 물론 위험의 외주화를 줄인다고 문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단순하게 위험의 부담과 책임을 원청업체에 되돌리는 식이라면, 피해자만 하청에서 원청 소속으로 바뀔 뿐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밤 11시 30분에는 인천시 남동구 모 제조업체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고 한다. 26일 오후 5시에는 충남 예산의 한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같은 날 밤 8시에는 아산의 모 식품제조 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 설비에 끼여 사망했다고 한다. 이들 모두는 정규직 신분이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규직·비정규직 또는 원청·하청 간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관리 수칙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고, 준수하는지의 여부라 하겠다.

 따라서 일체의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생명·안전 업무의 기준을 수립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업도 ‘위험이 높은 외주 업무에 대해선 높은 수준의 안전비용을 부담’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하청업체들이 실제로 작업 환경을 개선할 여지가 생기고, 이것이 제2 제3의 피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안전한 상태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원청업체 직원이든, 하청업체 직원이든 똑같은 가치와 무게를 지니는 절대적 천부인권이다. 처벌도 필요하지만 안전을 위한 투자가 우선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