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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남현 인천시 공원녹지과 도시녹화팀장
공간(space)이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말한다. 그동안 공간의 존재 방식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담론을 거듭해왔다.

 물체와 공간을 동일시한 데카르트, 사물을 받아들이는 그릇과 같은 장소의 총화라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 상대성 운동과 연관 지어 절대공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뉴턴, 공간은 사물과 사물 상호관계의 총체라고 주장한 라이프니츠, 공간을 초월론적 주관의 직관 형식으로 조정을 시도한 칸트 등 다양한 이론이 펼쳐졌고 기하학과 물리학의 일체화 관점 등으로 재평가되기도 했다.

 또한 인간 활동의 존재 방식과 연관 지어 생활공간, 환경공간, 도시공간 등 의미공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장소(place)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 이뤄지거나 일어나는 곳’이라고 돼 있다.

 어떤 학자는 장소를 공간과 시간의 통일형태로 해석하면서 자연적 세계에서 처음의 ‘구체적인 점’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학자들은 공간과 장소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정작 그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논란으로 삼지 않는다.

 과연 공간과 장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공간은 추상적이고 막연하며 자유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장소는 위치와 시간이 내포돼 있으며 구체적인 경험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도시공간은 다양한 형태의 자연적 공간이나 인위적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사람이나 사물이 점하고 있는 장소를 포함하며, 그 속에서 인간의 활동과 물체의 운동이 전개되는 넓이를 말한다.

 시민들은 다양한 도시공간에서 생활하지만 실제적으로 장소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즉, 위치 점과 시간 점이 겹치는 지점에서의 경험으로써 정서적 감성과 행동이 만들어내는 추억의 연속선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송도달빛축제공원에 위치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상설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우려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2013년 공연장을 건설할 때만 해도 공연장 부지 주변은 허허벌판이었고, 주변이 개발되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최근 송도개발이 급격히 빨라지고 공연장 주변에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입주민들께 소음 피해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송도국제도시에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장이 입지하게 된 배경은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송도국제도시와 록 페스티벌의 역동성이 일치했고, 전철역과 가까운 대중교통의 편리성, 주변에 가용할 수 있는 넓은 나대지,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거친 자연성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었다.

 공연장 건설 당시 소음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공연장 뒤편 시가지로 확산되는 소음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문제였다. 가장 고민 되는 것은 우퍼(woofer) 음원에서 확산되는 소리파장이었다. 당시 물리학적 이론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무대 하부에 1.6m 공간을 띄워 동공(洞空)을 만드는 구조로 보완했다. 가히 성공적이었다. 공연 중에도 무대 뒤에서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소리가 제어됐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인천에서 어떤 의미인가?

 2006년부터 13년간 이어온 페스티벌로서 영국의 유명 잡지 타임아웃에서 가장 성공적인 페스티벌 8위, 아시아권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인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줬고, 195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양했다(직접 119억, 간접 76억 원). 상설공연장이 없어 떠돌이 공연장을 전전하던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13년에 겨우 안정적 상설 공연장을 마련해 정착하게 됐는데, 1년 중, 단 3일간의 소음 문제 때문에 공연이 어려워진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예스컴 윤창중 대표의 굳은 의지와 인천광역시가 민관 협치를 이뤄 수없는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성장시켜 놓은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장은 도시공원이라는 공간속에서 사람들에게 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므로 장소성이 창출된 것이다.

 장소성 창출은 명소로서 도시에 활력을 주는 요소이고, 지속적으로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치이다. 도시의 성장과 함께 무한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해 주는 발상지이기도 하다. 도시공원에 가치 있는 장소성이 많이 만들어지면 도시를 활기차게 해 준다.

 따라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으로 인한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의 창문을 2~3중창으로 보완하고, 돔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어 소음을 담아 상쇄시키든가, 방음벽을 보완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인구 300만 도시의 시민답게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너그럽고 우호적인 이해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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