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2006년 처음으로 전체 면적 1천㎢를 돌파한 이후 송도·영종·청라 등 경제자유구역 매립으로 어느 도시보다 지속적으로 팽창해 왔다. 하지만 화려하게 빛나는 성장의 이면에는 원도심 쇠퇴가 있었다. 새로운 터전이 형성되는 동안 원도심은 허물어져 번성했던 과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재생은 원도심의 그늘을 걷어내고 활력을 되찾아 주는 작업이다. 원도심을 살기 좋았던 본모습으로 복원시키고, 나아가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재생이다. 인천시는 ‘인천형 도시재생’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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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생의 대계를 그리는 출발점에서 인천형 도시재생이 나아갈 방향과 센터의 역할을 전찬기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에게서 들어봤다.

 전 센터장이 정의한 ‘인천형 도시재생’은 인천만이 갖고 있는 개항의 역사와 바다, 공항 등 고유한 문화와 역사·사회적 특성을 살려 도시를 복원하는 사업이다. 인천의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지정학적 특성인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 축을 재생으로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군·구의 거점지역을 집중 지원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재생의 기본 틀이다. 더불어 인천항을 비롯한 연안지역을 제대로 살려서 시드니나 나폴리,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세계적인 미항이 되게끔 재생사업이 필요하다. 도서지역도 균형발전의 수혜지로서 특성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전 센터장은 "지역 특성을 살린 도시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인천을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다"라며 "원주민보다 도시의 역사와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재생에서는 주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는 도시의 획일화를 방지하며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는 재생사업에 있어 ‘듀플리케이션(획일화)’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치마킹을 하되 카피하지 않는 것은 도시재생의 성공 원칙이다.

 센터의 사업도 주민 참여도를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도시재생대학 기본과정에 129명, 심화과정에 54명이 참여했다. 미추홀구에서는 지역특화 도시재생대학을 열어 뉴딜사업지 발굴 등 주민이 주도하는 실습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앞으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사후관리에 힘쓸 계획이다. 마을활동가와 마을해설사, 현장 코디네이터, 마스터플래너(MP) 등 대상에 따른 교육을 개발해야 한다. 365일 교육체계를 갖추고 1∼2년 동안 이어지는 장기 프로그램도 갖추는 것이 센터의 목표다.

 공모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재생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민들이 직접 조직을 구성하고 도시재생 방향을 정해 ▶예그리나(계양구) ▶개항로 이웃사람(중구) ▶삼포로 가는길(동구) ▶영성마을(부평구) 등의 시범사업을 이끌었다. 동구의 경우 마을 노인들의 입으로 만석부두를 비롯한 지역의 3개 부두에 대한 옛이야기를 기록했다. 마을 고유의 특성을 살린 재생은 이 같은 작업에서 시작된다. 소규모 도시재생에서 공모를 통한 마을공동체 형성 지원, 뉴딜사업까지 참여를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시민들이 도시재생을 경험하도록 한다. 어떤 지역은 재생이 필요한데도 주민들의 관심이 부족해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재생사업은 억지로 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과 공모사업 등으로 조금씩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다.

 인천에서는 현재 총 66개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 센터장은 곳곳의 도시재생이 지역 전체를 총괄하는 큰 그림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인천 도시재생의 ‘담론’이다.

 전 센터장은 도시재생을 흔들림 없이 수십 년 동안 이어가기 위해 시작 단계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에 따라 쉽게 바뀌었던 과거 개발사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인천만의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며 "2030 도시기본계획에서 나아가 2050년, 2080년을 내다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담론은 지역의 거버넌스를 통해 나온다. 센터는 이를 위한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시재생 거버넌스(협치 네트워크) 구축 방안 포럼’으로 시작을 열었다. 포럼에서는 인천지역의 행정조직·중간조직·시민조직 등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다양한 기관이 참여해 네트워크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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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각 분과별로 구성된 거버넌스에서 분기별로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도시재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 간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연말에는 총평을 겸한 최종 포럼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인천형 도시재생이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 목표다.

 전 센터장은 "거버넌스에는 권한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그 속에서 만들어질 담론에는 미래 도시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염두에 둔 구상들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도시의 기반이 ‘스마트도시’와 ‘에너지 제로 도시’가 될 것으로 봤다. 미래도시의 지향점을 재생사업계획에 담아내고 이는 재생뿐 아니라 인천 도시계획의 전체 방향이 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에는 담당공무원의 지속성도 중요하다. 시흥시의 경우 재생담당 공무원을 붙박이로 두고 동일 업무를 하도록 하면서 승진시키는 등 장기 근속이 가능하게끔 했다. 지역을 잘 아는 원주민의 참여가 중요한 것처럼 공무원도 그 지역을 다 들여다보고 꿰고 있어야만 사업 추진이 원활하다.

 전 센터장은 도시재생이 또 다른 개발사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끝없이 고민하고 이야기해 봐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인천의 경우 재생이 불가능한 곳 빼고는 개발사업으로 흘러갈 만한 곳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도시재생의 넓은 의미는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것으로, 재생과의 조화가 필요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도시재생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과 투어리스티피케이션(주거지역이 관광지화되면서 기존 거주민이 이주하는 현상)은 심도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원주민이 정착하지 못하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상생협약을 맺는 등 이해당사자 간 실질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전 센터장은 도시재생을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개발사업처럼 설계용역사에 맡겨 계획을 추진했을 때 사업의 속도는 빠를지 모른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같이 임기 중에 정책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사례들은 결국 탈이 났다.

 전 센터장은 "목표가 아무리 훌륭해도 방법이 옳지 않으면 그 결과는 큰 피해를 남기게 된다"며 "누가 어떻게 무엇을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도시재생에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시가 지향해야 할 재생이 203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인구 전망과 고령화,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해 확장적 개발보다는 압축적 재생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천만의 특징과 독창성을 가지면서도 가변성과 유연성이 가미된 인천형 도시재생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재생’이 ‘자생’이 되고 ‘상생’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 센터장은 "앞으로 기초자치단체와 재생 현장에도 지원센터가 설립되면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체가 돼 주도할 것이다"라며 "인천시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인천형 도시재생이 가능하도록 거버넌스와 중간조직 역할, 도시재생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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