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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지역 구·군별 도시재생사업 추진 현황
도시(마을)재생 뉴딜, 더불어마을(인천형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빈집 활용, 골목길 사업, 원도심 활성화 등 ‘재생’ 사업을 부르는 이름은 많다. ‘마을재생’이라는 말은 와 닿지 않는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 등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마을 만들기만 알고 있어서 그렇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마을재생이 무엇인지 헷갈리지만 꽤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고, 새로 시작하는 것도 있다. 그래도 마을재생의 개념은 분명히 있다.

 ‘집’의 기능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옛날 우리들의 집에는 여러 기능이 있었다. 독서와 그림을 그리는 서재, 손님을 맞아 다과를 나누는 사랑방, 과일과 음식 등을 나누는 대청마루,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마당 등이다. 지금은 이런 기능이 모두 집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대신 공공의 영역으로 많이 흡수됐다. 서재는 도서관·전시관 등, 사랑방은 커피숍·식당, 대청마루는 공유주방, 마당은 마을회관(커뮤니티센터), 공연장 등이 대신하고 있다. 이 기능을 민관이 힘을 모아 우리 동네에 더해 주는 것이 마을재생이다.

 마을재생이 온전히 이뤄지면 주민 간 왕래가 늘고 소통과 공유가 다양해져 낡은 동네를 떠나려는 주민보다 집을 고쳐 사는 주민들이 많아진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전면 철거식 재개발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옛날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던 시절 ‘재생 버튼’이 있었다. 이 버튼에는 ‘PLAY’가 병기돼 있다. 재생은 놀거리와 문화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인천시와 국토교통부는 집 밖으로 나간 주거기능과 문화, 놀거리, 먹거리 등을 우리 동네에 되살려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본보는 민선7기 인천시와 국토부가 이끄는 마을재생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먼저 최근 쏟아져 나온 마을재생에 대해 소개한다.

# 더불어마을

 ‘더불어마을’은 정비구역 해제지역이나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된 저층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원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마을 활성화계획을 세우고 주민 중심 거버넌스를 형성해 마을을 가꿔 나가는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92억1천500만 원을 들여 전면 철거 방식의 고밀도 개발에서 벗어나 소규모 마을 정비·보전·관리로 아파트 단지처럼 편리한 생활환경을 갖추는 프로젝트다. 모델은 ‘농원마을’과 ‘동암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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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초기 단계부터 시민의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주민들의 바람과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해 추진된다.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기존의 마을을 보전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해 마을을 다시 살리는 주민 주도의 소규모 마을재생사업으로 민선7기 시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이다.

 시는 더불어마을 추진 원년의 해로서 지난해 사업비 약 55억 원을 투입해 더불어마을 준비단계인 희망지 9개소, 실시단계인 시범사업 4개소와 남동구 남촌동에서 지역주민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등 마을살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주민들의 역량 강화, 소통 및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총괄계획가나 사회적 경제, 문화, 복지 등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맞춤형 지원도 추진한다.

 올해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역밀착형 생활SOC사업 예산 확대에 발맞춰 인천의 각 마을에 맞는 사업을 적극 발굴,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매년 더불어마을을 10곳 이상 조성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더불어마을 사업을 통해 소규모 마을을 편리하고 오래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고, 주민공동체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해 주민 자력으로 마을 운영을 활성화하는 지속가능한 주거지 재생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빈집 활용

 시는 주민이 떠난 빈집을 공원, 주차장, 공부방 등 시민공간으로 정비해 시민 삶에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인천 전역에 걸친 실태조사와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해 빈집 활용에 속도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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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남역 주변 전경. <인천시 제공>
 그동안 시는 원주민들이 떠난 도심부에 방치된 빈집이 지속 증가하며 도시미관을 해치고 거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부터 ‘폐·공가관리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년간 총 941동의 폐·공가가 안전조치 또는 철거되거나 주차장, 공원, 마을회관, 임대주택 등 시민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매년 183동을 정비해 온 셈이다.

 지역별로는 동구·미추홀구·부평구에서 빈집을 활용한 정비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추홀구가 447동(47.5%)으로 가장 많이 이뤄졌다. 동구 227동(24.1%), 부평구 144동(15.3%), 중구 118동(12.5%), 서구 4동(0.4%), 남동구 1동(0.1%) 순이다.

 폐·공가정비사업 방식은 안전조치가 454동(48.2%)으로 가장 많이 시행됐다. 철거 360동(38.3%), 재활용 127동(13.5%) 순으로 추진됐다. 이 중 127동의 재활용된 공간은 소공원 조성이 92동(72.4%)으로 가장 많았다. 주차장 24동(18.9%), 공동이용시설 8동(6.3%), 임대주택 3동(2.4%) 순이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해 2월 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낡지 않았어도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빈집까지로 관리 대상을 확대하고 ‘실태조사 및 빈집관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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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춘 시장이 도시재생 사업을 발표 하고 있다.
 시는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사업비 약 2억6천만 원을 투입해 전국 최초로 미추홀구에서 ‘빈집실태 선도사업’을 실시해 미추홀구의 총 1천197개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끝냈다. 이를 토대로 빈집이 밀집된 구역을 정비·활용해 행복주택, 공공임대상가, 청년주택 등을 조성하는 빈집정비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지역 수요자 맞춤형 빈집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오는 3월 완료할 예정이다.

 인천 전역은 지난해 9월 강화·옹진군을 포함한 9개 군·구(미추홀구 제외)에 대한 빈집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오는 9월까지 실태조사 및 빈집 정비계획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 골목길 재생

 시는 올해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추진한다. 지역 내 숨어 있는 노후된 골목길을 찾아 골목의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가치를 살리고, 골목길 재생 기반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기존 재생사업은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 일부 지역은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골목길 재생은 재생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시는 오는 2월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해 상반기에 골목길 개념 정립과 현황 분석 및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하반기에 골목길 역할 및 유형 분석, 기본방향 설정을 통해 골목길 재생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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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벽화 봉사단 활용공간.
골목길 재생 기본계획은 기초조사 완료 후 골목길을 ▶역사·문화 골목 ▶주거중심 골목 ▶상업 골목 ▶테마 골목 등 성격에 따라 4개 유형으로 나눠 각 유형에 맞는 골목길 전략을 수립할 것이다. 2020년에는 골목길 시범사업지 선정과 동시에 사업 시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골목길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하고, 골목길 공모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민공감대 형성 등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오래된 보안등을 LED램프로 바꾸는 ‘골목길 불 밝혀서 안전한 거리 만들기(올해 16억 원 투입 4천 개)’, 공공디자인을 통해 골목길 미관을 개선하는 ‘원도심 디자인 활성화’ 등의 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골목길 재생과 함께 시는 지난해 중구·미추홀구 등 주요 원도심에 인천바다색, 팔미도등대색 등 산뜻하고 밝은 인천 색채를 새롭게 입히고 있다. 중구 만석고가교, 미추홀구 숭의평화시장, 부평구 동소정 굴다리, 서구 검암역 고가 하부, 인천대공원 동물원 등 총 5개소에 ‘색채디자인 및 컬러링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인천바다색·정서진석양색·소래습지안개색·개항장벽돌색·팔미도등대백색 등 ‘인천 대표 환경 10색’을 활용해 색채사업은 물론 공사가림막, 공공시설물 등 다양한 공공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추홀구 용일자유시장, 연수구 함박마을, 동구 송현초 일원 3곳에는 안전하고 쾌적한 공공디자인을 새롭게 입히고 있다. 용일자유시장은 시장 곳곳을 청년문화공간으로 꾸미고 함박마을에는 외국인 거주자를 위한 특화디자인을, 송현초 주변에는 안전한 통학로와 학부모 커뮤니티 공간 등을 조성한다.

 # 원도심 활성화

 시는 올해부터 인천개항장의 대표적 역사자원인 옛 제물포구락부와 시장 관사, 일본·중국식 주택을 활용해 인문학 강의장, 게스트하우스 등 적극적 활용 방안을 마련한다.

 차이나타운 주변의 근대역사문화재를 활용해 국비 확보를 도모하고, 신축 중인 누들플랫폼을 중심으로 주변 골목과 연계한 아시아누들타운을 조성한다. 배다리 지역은 개항 당시 삶의 모습이 반영된 스토리텔링과 경관 개선을 하는 ‘우각로 근대문화길 조성’과 ‘성냥공장 박물관’ 조성을 통해 활성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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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의 평화시장 조감도.
 인천역 주변의 철도 정비창 등을 활용한 역세권 뉴딜사업을 추진해 복합환승과 중심상업 기능을 강화하고, 상상플랫폼·차이나타운 기능 연계 등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시는 승기천·굴포천·수문통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 개발과 함께 사라진 도심 내 복개천인 승기천과 굴포천, 과거 바닷물이 드나들어 나룻배가 오가던 수문통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살고 싶은 원도심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경인고속도로 주변 도시재생’도 진행된다. 고속도로 일반화와 연계해 생활권별 7개 거점 개발 및 11개 도시재생 뉴딜을 단계별로 추진한다. 인천뮤지엄파크와 연계해 젊음의 상징인 인하대 주변에 청춘가로, 문화플랫폼, 인천대로 중앙공원을 만드는 ‘인하트리플콤플렉스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시는 경제생태계와 삶이 풍요로운 문화 조성도 추진한다. 노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로 미래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전통시장 등 민생경제 활성화대책을 마련한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문화재생으로 도시 활력을 증진시키고, 도서관 확충 및 리모델링을 통해 평생학습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남동국가산업단지 재생사업으로 업종별 집적화 및 신성장·지식·문화산업지구로 유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2년까지 스마트 공장 1천 개를 구축한다.

 또한 가좌동 심씨 고택 복원 및 폐공장을 활용한 문화재생과 영상 촬영지의 메카로 부상한 십정동 발로 카페 주변을 연결해 ‘영상문화산업밸리 사업’을 추진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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