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희찬이 1일 아시안컵을 앞두고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진을 뚫고서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황희찬이 1일 아시안컵을 앞두고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진을 뚫고서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새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막에 앞서 가진 마지막 실전 점검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 직전 ‘손흥민(토트넘) 공백에 대한 대안’을 찾겠다고 공언했다. 손흥민이 아시안컵 2차전 키르기스스탄전 이후 합류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전에선 한 가지 변수가 추가됐다. 주전 왼쪽 풀백인 홍철(수원)과 새롭게 합류한 김진수(전북)가 각각 발목과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은 것이다. 벤투 감독이 손흥민의 불참 속에 왼쪽 풀백을 가동하지 못한 상황에서 들고 나온 카드는 ‘변형 스리백’이었다.

앞선 A매치 6경기에서 써 왔던 4-2-3-1 전형의 포백 수비라인 대신 주장 완장을 찬 김영권(광저우)을 중심으로 좌우에 권경원(톈진)과 김민재(전북)를 배치한 스리백 수비진을 구성했다. 좌우 윙백에는 황희찬(함부르크)과 이용(전북)이 포진한 가운데 이용이 수비 때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포백 수비라인을 이뤘다.

손흥민이 빠진 왼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에 설 것으로 예상됐던 황희찬이 왼쪽 윙백을 맡은 게 색다른 장면이었다. 좌우 날개에는 이청용(보훔)과 황인범(대전)이 늘어섰다. 주로 중앙 미드필더진에서 공간을 창출했던 황인범에게 측면 돌파 임무를 맡긴 게 달라진 점이었다. 태극전사들은 훈련시간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몸이 무거웠다. 이 와중에 변형 스리백 전술 적응이 힘들었고 유기적인 플레이도 부족했다.

중앙 미드필더 듀오로 나선 기성용(뉴캐슬)과 정우영(알사드)이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지만 선수들 간 호흡이 맞지 않았고 패스도 부정확했다. 또 측면 돌파를 이용한 공격 전개도 상대 수비진에 번번이 막혔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으로 공격 주도권을 잡았다.

한국은 전반 중반까지 사우디의 기세에 눌렸고, 새로운 전술에 녹아들지 않은 선수들은 후방에서 수비에 치중할 뿐 빌드업을 통한 공격 전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해 득점 기회를 노리는 점, 후방 빌드업을 통해 상대 진영까지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점, 그로 인한 ‘지배하는 축구’는 실종됐다. 한국은 전반 사우디에 볼 점유율 47%-53%로 밀렸고, 슈팅 수에서도 4개-6개로 밀렸다.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선수 구성과 전술에 변화를 줬다. 황인범 대신 이재성(홀슈타인 킬), 이청용 대신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투입해 사실상 4-2-3-1 전형으로 전환하면서 공격 주도권을 잡았다. 손흥민과 왼쪽 풀백이 빠진 걸 제외하고는 ‘플랜 A’에 가까운 주전조 구성이었다. 후반 14분에는 황의조를 빼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을 기용했다. 특히 시즌을 치르다가 대표팀에 합류한 유럽파 3명이 가세하자 공격에 활기가 생겼고, 승부의 흐름을 가져왔다. 하지만 몇 차례 찬스를 만들고도 골로 연결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전 처리 미숙이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기성용이 후반 36분 천금 같은 페널티킥 기회에서 찬 공이 왼쪽 골대를 벗어났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한국은 ‘유효슈팅 제로’의 꼬리표를 받으며 결국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후반 들어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고도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한 득점력 빈곤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해 8월 벤투 감독이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후 A매치 7경기 연속 무패(3승4무) 행진을 이어갔지만 아시안컵 리허설은 결과물을 내지 못한 실험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공격 때는 스리백(3-4-2-1), 수비 때는 두 줄 포백(4-1-4-1)이 되는 하이브리드 포메이션을 실험했지만 선수들의 적응도가 떨어지면서 실책성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 공격수들의 결정력과 날카로움도 아직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아시안컵 첫 경기까지 1주일 동안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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