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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익 (전)인천환경공단 이사장
인천은 한반도의 중간 서쪽에 위치해 구한말 격동의 시기에 근대사의 거친 물결을 가장 먼저 맞이한 곳이다. 서양의 근대 문물을 받아들여 전파하고 한반도의 문물이 해외로 나가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정세도 19세기 말과 비슷하게 다시 요동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미중 패권 경쟁, 중국의 팽창정책, 북한 비핵화 문제, 일본의 우경화 심화, 한일관계 악화로 한반도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 도래, 최저임금, 고실업률,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악화, 인구절벽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 정부 정책의 포퓰리즘, 여야 간 끊임없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위기감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최근 인천은 거의 모든 도시 지표에서 서울시에 이어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공항과 항만을 구비한 물류도시이자 대중 및 대북관계의 중심도시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산업, 물류, 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환경, 교육, 마이스(MICE) 분야에서 국제도시로서의 명성과 위상을 높이고 있다. 반면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신개발지와 원도심지 간의 불균형, 공단 기능의 약화 및 쇠퇴, 기업경쟁력 저하, 강성노조, 정부의 과도한 산업규제, 산업구조 조정의 어려움이라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주변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한다. 그 과정에서 시대별로 특유의 도시구조와 형태, 역사와 철학, 문화와 전통, 정신과 가치가 만들어지며 계승, 발전된다. 인천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이러한 도시의 속성 중에서도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과 가치가 분명히 있지 않겠는가? 본래 시대정신(Zeitgeist)은 독일어로서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 자세와 태도 또는 이념을 뜻한다. 철학자 헤겔은 시대정신을 개개의 인간정신을 넘어선 보편적인 정신세계가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전개시켜 나가는 과정으로 보았다.

 한편, 가치란 인간 행동에 영향을 주고 욕구, 감정이나 의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대상을 말한다. 여기서는 철학적 측면에서 개인 간의 간극과 주관적인 판단을 초월하는 객관적인 가치로 규정코자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천의 시대정신과 가치에 대해 당연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인천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인천을 대표하는 시대정신과 가치라는 게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무엇인가? 백제 미추홀, 고려 시대의 불교와 항몽정신, 조선 시대 유교, 구한말 서구 식민지 지배 저항정신, 서구 기독교 및 천주교 사상, 일제지배 치하의 독립정신, 한국전쟁 이후 반공정신, 한강의 기적, 독재정권 반대, 은근과 끈기, 시민사랑운동인가? 특히 현재 인천의 역동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는 무엇인가?

 아쉽게도 현시점에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인 듯하다. 인천지역 내 학계와 연구기관 일각에서 인천의 시대정신과 가치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따라 다소 추상적이고 난해한 과정일지라도 이제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지역사회에서 형성되고 있다. 현세대뿐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때마침 근래 인천의 새로운 시대정신과 가치 추구를 담론하는 가칭 ‘인천사랑방이야기 모임’이 결성됐다. 송도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최근영 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인천지역 경제계, 학계, 관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연구기관의 대표들이 주축이 돼 의미 있는 모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300만 인천시민의 뜻을 담은 모임을 정식 출범시키려 준비하고 있다. 향후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포럼’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과 같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담론의 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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