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jpg
▲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재)인천문화재단이 제6대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22일 최진용 전 대표이사가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장기 공백사태가 이어져서다.

 지역사회에선 민선 3기인 2004년 12월에 출범한 재단의 대표이사가 중도에 사퇴한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설왕설래하고 있다. 최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해온 단체들은, 대표이사는 항상 시장의 입맛에 맞춘 낙하산 자리였기에 "재단이 시정부 기조를 수행만하는 단체로 전락하기 일쑤였다"고 사퇴를 반기고 있다. 그간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문제 제기다.

 다른 한편 ‘대표이사 임기 보장’의 전통이 깨졌다는 우려도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특성상 정치권력의 부침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취지인데, 재단의 독립성이란 측면에서 앞선 논제와 맥을 같이한다.

 결국 이번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재단의 제반 개혁과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거다.

 #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명단 공개해야

 지난 12월 20일, 문화재단이 1월 2일부터 4일까지 대표이사 후보를 접수한다고 공고했다. 전형 절차에 따라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의 1차 서류심사를 거쳐 2차 면접심사에서 ▶직무계획서 발표(공개) ▶심층면접(비공개)을 받는다. 추천위원회가 2명의 추천 명단을 확정해서 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시장에게 추천하면, 시장이 대표이사를 임명한다. 추천위원회는 시장과 의회 의장이 각 2명, 재단 이사회가 3명을 추천해 7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서 달라진 건 후보들의 직무계획서 발표를 시민에게 공개키로 한 거다. 1차 서류심사 이후 발표 일정과 장소를 공고하면 참관할 수 있다. 이는 그간 지역 문화예술계가 대표이사 채용과정 공개 등 민주적 선임 절차를 요구한데 따른 성과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형식적이지 않으려면 우선 추천위원회 명단부터 공개해야 한다. 추천위원 구성의 형평성과 전문성, 후보와의 친소관계나 시장 의중(영향력) 등의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둘째, 심층면접은 비공개로 하더라도 결과는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면접한 내용이 공개되면 추천위원의 편파성과 전문성 등을 다시 한 번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추천위원회 구성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 재단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훼손해온 쟁점들이 후보 차별화의 잣대로 역할해야 한다. 재단 사업의 민간영역 침범 우려, 논공행상式 낙하산 인사 차단을 위한 정무직제 도입 문제, 재단의 문화시설 위탁전문기관화 논란 등의 쟁점이 후보 검증 절차에 반영돼야 한다는 거다.

# 쟁점들, 후보 차별화 잣대로 삼아야

 다행히도 정부는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공공기관의 과잉 기능을 개편하고 민간과의 경합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방침이라 향후 재단 사업 구조조정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또 선거 당시 박남춘 시장은 문화재단 등 출자·출연기관에 (개방형)정무직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시민단체에게 약속했다. 논공행상 자리를 평생직장으로 왜곡시킨 인사 관행을 개혁하는데 힘이 실렸다. 한편 재단의 거침없는 문어발식 몸집 키우기 논란은 정체성 문제로 비화된 지 오래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처럼 문화시설관리공단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조속히 지역문화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한다는 거다. 재단의 정체성 찾기와 시정부로부터의 독립성 강화가 시민사회의 분명한 요구이니 만큼 이들 쟁점이,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후보검증의 잣대로 역할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공은 추천위원회와 박남춘 시장에게 넘어갔고, 박 시장은 인천정체성 함양과 재단 운영구조 개혁을 위해 적임자를 선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절호의 기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