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의 탄생
그레그 스타인메츠 / 부키 / 1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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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바다를 넘고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던 바로 그 시대, 모든 방면에서 유럽은 바뀌고 있었다. 군소 가문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전통의 강자인 프랑스를 밀어내고 스페인에서 헝가리에 이르는 제국을 건설했다. 가톨릭교회는 대금업 금지를 철폐했으며 면죄부 판매에 반대해 종교개혁이 촉발됐다. 복식 부기가 확산되고 무역로가 바뀌면서 한자동맹이 붕괴하고 경제 중심지가 이탈리아에서 서유럽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 부르주아와 영주의 착취에 시달리던 농민과 노동자들이 투쟁을 전개했다.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야코프 푸거가 있었다.

 이 책은 야코프 푸거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격동의 시대에 세계 최대의 부를 쌓았던 한 자본가의 삶과 시대를 잘 담은 평전이자 근대국가와 자본주의가 형성되던 근대 초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흥미진진한 역사서다.

 야코프 푸거는 그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는 물론이고 영어권에서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이 책은 영어권에서 푸거의 삶과 시대를 충실하게 소개했다는 평을 받으며 2016년 출간 당시 각종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푸거가 역사에 남긴 것은 다양하다. 푸거는 베네치아에서 습득한 복식 부기를 개량해 알프스 이북에서 활용했다. 그는 근대적인 회계를 가르치고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정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역사학자들이 ‘푸거 뉴스레터’라고 부르는 정보망을 구축했다.

 이처럼 탁월한 투자 감각, 일을 추진하고 성사시키는 수완,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배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던 푸거는 가히 오늘날 자본가의 원형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그는 종교와 정치 권력의 위세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던 시절에도 돈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왕이든, 황제든, 귀족이든, 교황이든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하는 동등한 인간일 뿐이었다.

 푸거는 오직 부를 추구한 삶을 살았다. 그랬기에 과거의 가치와 제도들을 무너뜨리고 기존에는 불가능한 사업을 성사시키는 혁신가의 면모를 보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누구보다 성공했고, 그것이 신이 자신에게 내린 재능을 드러낸다고 믿었다. 그는 오늘날 자본가의 전형이 됐으며, 그의 삶은 근대국가와 자본주의가 태동한 시기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엄마도 위로가 필요해
송지희 / 알에이치코리아 /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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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를 둔 부모부터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당신은 행복한 부모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라고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끼리 만난 자리에서 대화의 99%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에서 파생된 문제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인 다역을 소화하며 너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하는 요즘 부모들, 불안과 혼란 속에 육아와 교육의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부모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책 「엄마도 위로가 필요해」를 통해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과 먼저 화해하라.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을 때 비로소 나무에 물을 주듯 자녀에게 사랑을 주는 자원이 되고 정서적 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부모는 결코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될 수 없으며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역시 행복한 아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자는 나 자신도, 내 아이도 우선 무조건 안아주라고 말한다. 엄마도, 아이도 함께 커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너무 완벽하려고 애쓰지 말고 얼마나 소통이 잘 되는 좋은 관계인가를 먼저 생각하면 좀 쉬워질 것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
아고스티노 라멜리 / 그림씨 / 1만4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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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에 도시는 상업으로 인해 커지고 복잡해졌으며, 부를 축적한 권력자들은 운하를 놓고 다리와 댐을 건설하는 거대한 토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피렌체 성당을 설계한 브루넬레스코, 과학기술과 예술에서 혁혁한 업적을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 엔지니어들이 창의성을 유감없이 뽐냈다. 이들을 비롯해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명성을 누렸고 책을 써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세상에 전파했다.

이러한 엔지니어 가운데 군사기술자 아고스티노 라멜리가 등장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계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2개국 언어로 써서 프랑스에서 출간한 이 책은 기존의 책들에 비해 그림의 세부 묘사와 도판의 질이 우수하고 설명이 자세하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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