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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 김구 선생 추모식 참석자들이 2013년 6월 26일 인천대공원 백범광장 동상 앞에서 헌화·분향하고 있다. <기호일보 DB>
3·1절 100년을 맞은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지만 인천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은 멀기만 하다.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역사를 재조명하기에 여념이 없는 타 시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독립을 부르짖었던 민초의 움직임이자 3·1운동의 태동은 관심 밖에 잊혀져 가고 있다.

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대공원에 위치한 백범 김구 동상 이전계획은 올해를 넘겨 내년 하반기께 논의될 예정이다. 백범은 일제강점기 내항 축조 현장에서 강제 노역했다. 그동안 인천시의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김구 동상 관리의 미흡함과 역사적 상징성을 들어 이전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박남춘 시장 역시 지난해 9월 시의회에서 시민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내항 이전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3·1절을 불과 두 달 앞둔 현재까지 동상 이전 논의는 조금도 진척되지 않았다. 역사적 타당성과 이전 현실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데도 모든 계획은 내항 재개발 윤곽이 나타나는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다. 동상 건립을 추진했던 민간 추진위원회와 해양수산부, 중구 등 관련 기관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의 민중이 독립만세운동을 벌였던 상징적인 장소들도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덕적도에는 지역 내 독립만세운동의 역사를 담은 비문이 있다. ‘기미 3·1 독립만세 기념비’는 1919년 당시 사립명덕학교 교사인 임용우(1884∼1919)를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벌인 덕적 주민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항일유적이다. 3·1 독립만세운동 60주년을 맞은 1979년 4월 그들의 애국독립정신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덕적도 주민이 당시 만세운동을 벌였던 덕적초·중·고등학교 옆 부지에 기념비를 세웠다. 섬지역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으나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도 관련 행사는 전혀 없다.

강화지역의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강화 3·1 독립운동 기념비’와 강화지역에서 항일 의병활동을 벌인 연기우 의병장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연기우 의병장 공덕비’ 역시 조명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강화군은 100주년에도 1천750만 원을 들여 지난해와 동일한 기념식을 치른다.

3·1절 기념식과 관련 역사를 기리기 위한 시 차원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계획하고 있는 100주년 기념행사는 중·동구 등 기초단체가 계획한 기념식에 얹어 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지역의 독립역사를 조명할 수 있는 100주년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시 관계자는 "3·1절 행사를 매년 예술회관에서 개최했지만 올해는 100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야외에서 열 예정이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창영초등학교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늦어도 이달 말에는 계획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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